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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신비>뻐꾸기의 托卵 上.다른 새둥지에 제알 낳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뻐꾸기는 스스로 둥지를 틀지 않고 다른 새의 둥지에 알을 낳아 탁란(托卵)하는 새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뻐꾸기에 대해 잘 몰랐을 때는 뻐꾸기 암컷이 알을 땅에 낳아부리로 그 알을 집어 숙주새의 둥지에 옮겨 놓을 것이라고 믿었다.그러나 많은 관찰자료에 의해 뻐꾸기는 알 하나를 숙주새의 둥지에서 직접 낳는 것으로 확인됐다.뿐만 아니라 뻐꾸기 암컷은숙주새의 알 하나를 입에 물고 날아간다.이런 작업은 불과 10초도 채 안되는 짧은 시간에 행해진다.만일 이때 시간이 걸려 뻐꾸기의 모습이 숙주새에게 발견되면 뻐꾸기의 알은 숙주새에 의해 버려지게 된다.
우리나라에 사는 새들 가운데 이렇게 남의 둥지에 알을 맡겨 자기 새끼를 기르게 하는 종류는 뻐꾸기.두견이.벙어리뻐꾸기.검은등뻐꾸기가 있다.이들 뻐꾸기가 탁란의 대상으로 삼는 새들은 모두 자신보다 크기가 훨씬 작은 개개비.휘파람새. 굴뚝새.산솔새.검은딱새.붉은뺨멧새.밭종다리.할미새.붉은머리오목눈이.때까치등이다.그래서 우리는 이들 새를 숙주새라 부른다.
뻐꾸기 한 마리가 대략 12개에서 20개까지 알을 낳아 이 숙주새의 둥지 하나에 한 개씩 맡겨야 하기에 이 뻐꾸기 어미는최소한 12마리 이상의 숙주새를 감시해야만 한다.
이 번식기에 뻐꾸기는 숙주새를 속이기 위한 몇가지 전략을 구사한다.우선 자신의 알 색깔과 똑같은 숙주새의 알을 택해야만 한다.그리고 뻐꾸기는 절대 두개의 알을 한 둥지에 낳지 않는다.그것은 먼저 깨나온 뻐꾸기 새끼가 자신의 형제를 죽이기 때문이다.그 밖에도 숙주새가 알을 낳기 전에는 뻐꾸기는 이 숙주새의 둥지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규칙을 지키고 있다.그것은 둥지안에 뻐꾸기알 외에 숙주새의 알이 들어 있어야만 숙주새는 속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뻐꾸기는 자신의 알을 낳고는 대신 숙주새의 알 하나를 물고 날아가 먹는다.이렇게 뻐꾸기가 숙주새의 알 하나를 먹어치우는 이유는 숙주새를 속이기 위한 전략일 뿐만 아니라 거의 20개의 알을 낳아야 하는 뻐꾸기 암컷의 영양을 보충하기 위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이 알껍질은 뻐꾸기에게 부족한석회질을 공급하기도 한다.또 다른 그럴듯한 이유로 뻐꾸기는 자신의 넓은 영역에 있는 숙주새들의 둥지를 관찰하기 위해 먹지못하고 많은 시간을 굶주려야했기 때문 에 영양가가 많은 숙주새의알이 그들의 유일한 먹이일거라는 생각이 든다.
모든 숙주새들이 아무 저항없이 뻐꾸기 알을 수용하는 것은 아니다.굴뚝새와 산솔새는 뻐꾸기 알이 놓여있으면 이를 눈치채고 종종 자신의 둥지를 포기하기도 한다.개개비는 여러개의 갈대줄기를 기둥삼아 둥지를 짓는다.만일 뻐꾸기에 의해 망 가진 둥지를발견하면 그 둥지를 포기하고 그 위에 다시 둥지를 새로 짓는다.그래서 지금까지 관찰된 바에 의하면 개개비들은 자신들의 둥지에서 1백번 가운데 80번은 미리 알아채고 뻐꾸기 알을 버리거나 둥지를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개 개비는 뻐꾸기 알을 부리로 집어낼 수 없기 때문에 알의 껍질에 구멍을 내고 이 낯선 알을 부리로 집어낸다.
朴 是 龍 〈한국교원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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