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에 붙은 숫자로 찾는 ‘특허 세계지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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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근 문우당 대표가 특허 받은 세계지도를 펼쳐놓고 설명하고 있다. [사진=송봉근 기자]

“청소년들이 세계 여러 나라에 관심을 가질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습니다.”부산 남포동의 서점 문우당 김용근(75)대표가 발명특허를 받은 세계지도 보급에 나섰다.

그는 이달 초 개학한 부산지역 초중고에 특별한 세계지도 2장씩 무료로 보냈다.

그가 보낸 지도는 ‘발명특허 세계지도(109㎝×76㎝)’. 아무리 작은 나라나 수도도 10초 이내에 찾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지도 테두리에 193개국 국기가 그려져 있고 국기마다 숫자와 알파벳이 붙었다.

가로와 세로로 놓인 이들 숫자와 알파벳을 따라가면 찾고자 하는 나라와 수도를 금방 확인할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빨리 찾을 수 있는 세계지도다.

그의 지도 제작은 서울올림픽 개최를 앞둔 1988년 6월부터 시작됐다. “한국을 찾는 사람들이 지도에 자신의 국기가 그려져 있으면 좋아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지도제작에 나섰다. 군부대 부설기관 지도창의 퇴역 문관을 통해 지도기술자 2명을 소개받았다. 당시 지도 제작은 수작업에 의존해야 했다.

사람이 직접 그리고 모양을 따서 붙여 인쇄하는 방식이었다. 지도에 국기와 국가 이름을 표기하고 위치를 찾는 방법 등을 표시했다.

3개월만에 지도를 완성,전국 초등학교 6000여곳에 기증하는 등 보급에 나섰지만 낯선 지도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거의 없어 1억원의 손해를 보았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기는 커녕 부산 중구지역 상가 지도를 만들었다. “남포·광복동 일대 점포를 죄다 지도에 그려 넣었습니다.” 1000부를 만들었지만 이번에도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이후에도 그는 휴대하기 편한 부산교통지도 등 네댓가지의 지도를 더 만들면서 세계지도 보완을 거듭, 이번에 특허를 받는데 성공했다.

그는 “이번엔 가격도 다른 지도와 같은 장당 5000원(전지 크기)인데다 반응이 좋아 학교에 기증할 생각을 하게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울산과 경남지역 등 국내에 보급을 확대하면서 일본시장 진출도 추진할 계획이다. 53년째 부산지역 최대 지도 전문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남이 뭐라고 하든 지도 만드는 일이 좋아서 계속한다”며 “지도박물관을 만드는 것이 꿈”이라며 미소지었다.

글=강진권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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