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미로찾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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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남자들은 키 작고 아담한 것을 더 좋아하는 데 내가 작다는 것에 지레 기 죽은 것은 아닐까? 그이라면 특히 나같이 귀여운여자를 더 좋아했을 텐데….그래,그이는 그년의 마수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에게 지령을 내렸을 거야.그 여자로■ 터 자기를 구출해달라고.그 속마음도 모르고 죽으라고 했으니….희경은 자기 머리를 한 대 쥐어박고는 다시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그렇다면 그이를 죽인 것은 내가 아니라 채영이야.채영은 보나마나 임신했다는 등 남편을 꼬시고 협박했을 거야 .자기를 버리면 아기도 죽는다는 식으로….그래서 남편은 살려야 살 수도 없고 죽으려야죽을 수도 없는 고통을 맞았을 거야.그래서 그 딜레마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에게 소포를 건네주며 도움을 청했을 거야.그런 일은 본부인만이 짭짤하게 해결할 수 있는 일이니까….희경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그럴듯 했다.그리고 그제서야 모든 것이 분명해지는 것을 느꼈다.그러자 정민수가 고민하고 갈등한 마음의 고통이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희경 또한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 다.
정민수를 만나기 전 희경은 여러 남자를 사귄 적이 있었다.얼굴은 착하게 생겼지만 타고난 끼만은 누구 못지않게 활발했기 때문이다.그 와중에 정말 사랑을 느꼈던 남자가 있었다.그 남자는유부남이었고 의사였다.물론 유부남이란 사실을 처 음엔 몰랐고 몸주고 뒤늦게 알았지만….그와의 사이에 애를 갖고는 지옥 같은마음고생을 해야 했다.희경이 매달리고 갈등이 심해지자 그는 희경과 결혼할 수 없다며 가족과 함께 훌쩍 외국으로 떠나버렸다.
그때 희경은 지구의 종말이 오는 충 격을 받았다.그래서 고민 고민하던 차에 자살하려고 동해 바다를 찾아갔다.그러나 넘실거리는 파도에 차마 뛰어들지는 못하고 다시 돌아와 애만 지웠다.그때 겪은 고통이란….사랑하는 남자의 애를 지운다는 것은 정말 죽음보다 더한 고통이었다 .그 후 희경은 외국으로 간 그 애인이 너무도 그리워 의사면 총각.유부남을 가리지 않고 찾아다녔다.그러나 불신사회에서 미모 하나만을 가지고 의사를 사귄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대개는 바람둥이에게 잘못 걸려 몸 버리고 돈 버리는 일만 반복될 뿐이었다.그러나 희경은 그 남자에 대한 그리움을 떨쳐버릴 수 없어 계속 의사 애인을 구하러 다녔다.마음 같아서는 광고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그러던어느날 의과대학 예과 2학년인 정민수가 희경을 찾아왔다.희경 은 우습지도 않았다.마치 애가 연애하자고 달려드는 것같았기 때문이었다.자기는 이미 전문의.의학박사 원장님들과 노는데 앞날이머나먼 코흘리개들 하고 놀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그 당시 희경은 간호과에서는 내로라 하는 미인이었다.비록 늘 씬하게 빠지지는 않았지만 앉은 자태나 얼굴만은 누구에게도 뒤떨어지지 않았다.그리고 그 당시에는 희경 같은 아담한 여자가 남자들에게 더 인기가 있었다.키 큰 여자들이야 징그럽기나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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