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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상표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중동(中東)지역의 양말시장을 석권하고 있던 국내 한 중소기업은 2년여전 주문 물량이 갑자기 줄어들자 현지에 시장조사단을 보냈다.알아본즉 중국(中國).대만(臺灣)업체들이 자신의 브랜드를 도용,절반 값에 덤핑판매하는 바람에 수요가 그 리로 몰린 것.이 회사는 부랴부랴 사우디아라비아등 중동국가에 상표출원을 했지만 그간 적잖은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후발개도국으로 시장을 넓히기 위해 나갔던 업체중엔 자신의 상표나 유사상표가 이미 현지의 상표브로커에 의해 등록돼 있어 놀라는 경우가 적지 않다.그런 경우 작명(作名)을 새로 하거나,제 상표를 돈주고 사 쓴다거나,심지어 진출을 포기 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상표는 이렇듯 그 자체가 중요한 자산이다.
우리나라에 상표법이 처음 도입된 것은 1908년.당시 환약과연초(煙草)등 29건의 상표가 첫 등록됐다.해방후 49년 제정된 상표법에 따라 등록된 첫 상표는 고무신과 운동화로 유명했던「천일(天一)」,해외상표로는 미국의 담배상표인 「도미노」가 54년 첫 등록됐다.이렇게 등록된 상표가 지난해말 현재 33만여건.경신등록등을 안해 법적 효력이 없어진 것을 빼도 24만여건에 이른다.지난 한해에 새로 등록된 것만 해도 내국인 1만8천4백여건,외국인 6천9백여건등 2 만5천건을 넘는다.이러니 새이름 짓기 위해 온 나라 사전을 뒤지고 그럴싸한 합성어를 만드는 일도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기술수준과 품질이 엇비슷해진 상태에서 상표가 갖는 이미지나 상징이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더욱 커진다.기업은 물건이 아니라 상표를 팔고,소비자는 제품 자체의 물리적 속성이 아닌 이미지를 산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성공한 상표의 가치는 엄청나다.얼마전 영국(英國)의 브랜드 평가 전문회사인 인터브랜드 그룹이 매긴「코카콜라」의 브랜드 자산가치는 무려 27조원을 넘었다. 최근,거의 3년전「신덕샘물」이란 상표 사용권을 받아낸 사람이 있다 해서 화제다.북한 신덕샘물의 반입을 추진하는 국내10여개 업체들이「신덕샘물」이란 상표를 쓰기 위해선 사용권자의허락을 받지 않으면 안될 형편이라 거액의 몸값과 로열티 흥정이오가는 모양이다.
현대판「봉이 김선달」이라 할까.남보다 한발 앞서 생각하면 이렇게 쉽게(?)돈을 만드는 수도 있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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