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레스 자락 사이로 사라진 역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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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호 18면

★★☆
감독 저스틴 채드윅
주연 나탈리 포트먼,스칼릿 조핸슨,에릭 바나
러닝타임 115분
개봉 예정 3월 20일

토머스 볼린 경은 헨리 8세(에릭 바나)의 측근인 처남으로부터 왕과 아들을 낳지 못하는 왕비 캐서린 사이가 좋지 못하다는 소식을 듣는다. 두 남자는 가문의 부귀영화를 위해 아름답고 영리한 딸 앤(나탈리 포트먼)을 왕에게 바치기로 모의한다.

헨리 8세는 그러나 앤이 아닌, 착하고 순종적인 여동생 메리(스칼릿 조핸슨)에게 마음이 끌리고, 신혼인 그녀를 궁정으로 불러들인다. 야심으로 가득 찬 앤은 왕의 아이까지 낳은 메리를 밀어내고 왕의 마음을 얻기 위해 그 앞에 어른거린다.

‘천일의 스캔들’은 영화 ‘천일의 앤’, TV 시리즈 ‘튜더스’ 등으로 만들어진 헨리 8세와 두 번째 왕비 앤 볼린의 로맨스를 소재로 삼은 영화다. 앤이 헨리 8세의 손에 참수당했고, 그녀의 딸이 엘리자베스 1세가 된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그 진부함을 극복하기 위해 ‘천일의 스캔들’은 ‘The Other Boleyn Girl’이라는 원제 그대로, 볼린 가의 또 다른 여인에게 주목했다.

헨리 8세가 먼저 사랑했던 메리에게 전반부를 할애한 것이다. 그러므로 ‘천일의 스캔들’은 역사보다 치정을 강조하고 있다. 두 여인의 사랑과 야심, 치밀하게 계획된 유혹, 때이른 파멸.

이런 사적인 영역에 시선을 집중하는 ‘천일의 스캔들’은 그에 몰두한 나머지 왕의 로맨스는 사적인 것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놓치고 말았다. ‘올랜도’ ‘셰익스피어 인 러브’의 의상 디자이너 샌디 파웰이 왕의 여자들을 정성껏 치장해 주었기에 보기에 매우 아름답지만, 단지 그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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