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대 정’ 총선 빅 매치 급부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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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민주당이 손학규 대표,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투톱을 각각 서울 종로와 동작을에 내세우기로 결정하자 한나라당은 곧바로 5선의 정몽준(울산 동) 의원을 동작을로 끌어올려 정 전 장관의 대응카드로 내세울 태세다.

특히 동작을의 ‘정-정 대결’ 카드는 두 사람 간 악연까지 겹쳐 18대 총선 최대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정몽준 의원은 2002년 대선 막바지에 노무현 후보가 명동 유세에서 ‘차기로 정동영·추미애도 있다”고 말한 뒤 노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적이 있다.

이처럼 공천을 둘러싼 민주당과 한나라당 간 공천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통합민주당이 ‘공천 쿠데타’를 일으키자 한나라당은 ‘영남 대학살’로 맞받아 쳤다. 정치불신 분위기가 팽배한 가운데 현역 의원을 대거 공천 탈락시키는 건 유권자들의 카타르시스를 유발한다. 당 이미지를 개선하고 관심도를 높이는 데도 그만이다.

외형적으론 비슷한 물갈이지만 양당의 정치적 맥락은 사뭇 다르다. 지금 민주당은 과거 야당에서 공천을 쥐락펴락했던 3김(金)이나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급 오너가 없다. 사상 최강이라는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이 고도의 독립성이 보장받고 성역 없이 칼날을 휘두를 수 있는 것도 그래서다. 박지원·김홍업·안희정씨와 같은 전직 대통령의 직계를 공천심사조차 하지 않고 탈락시킨다는 발상은 정치 아마추어가 아니었다면 실행하기 힘든 독수(毒手)였다. ‘희생양’ 논란이 일긴 했지만 박 위원장의 파격 공천은 화제를 일으켰고 민주당의 상승세를 이끄는 기폭제가 됐다.

독립성 측면에서 볼 때 한나라당 안강민 공심위원장은 불리한 위치에서 시작했다. 당이 친이명박, 친박근혜로 양분된 데다 강재섭 대표, 이재오 의원 등 소계파까지 공천 지분 확보에 뛰어들어 애초부터 재량권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었다는 평가다. “계파 나눠먹기식” “감동이 없는 공천”이란 비판을 듣던 한나라당 공심위는 민주당의 ‘공천 쿠데타’ 이후 심기일전, 13일 영남권 공천에서 현역의원 50명 중 절반을 잘라내는 충격적 물갈이를 단행했다. 민주당의 물갈이가 낮은 당 지지율을 극복하려는 ‘고육지책’이라면, 한나라당의 물갈이는 선거 전술, 당내 세력관계 등을 두루 고려한 ‘심모원려(深謀遠慮)’다.

물갈이의 주역인 두 공심위원장의 스타일도 대조적이다. 다변인 박재승 위원장이 초반부터 기선을 제압하고 들어간 스타일이었다면, 말수가 적은 안강민 위원장은 조용히 있다가 막판에 벼락처럼 큰 칼을 휘둘렀다.

물갈이는 필연적으로 세력 교체를 낳는다. 한나라당은 이젠 ‘MB당’으로 불러도 될 만큼 이 대통령의 당 장악력이 확고해졌고, 민주당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색깔을 상당히 뺄 수 있게 됐다.

영남공천의 뚜껑이 열리면서 물갈이의 양에선 한나라당이 민주당을 훨씬 앞지르기 시작했다. 인적자원이 풍부한 한나라당은 현역의원을 탈락시켜도 쉽게 대타를 마련할 수 있다. 반면 민주당은 호남 이외의 지역에선 그나마 현역 의원이 가장 경쟁력 있는 경우가 많아 한계가 있다.

하지만 질적인 면에선 핵심거물들을 대거 탈락시킨 민주당 쪽이 더 강도 높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나라당 탈락자 가운데 권력 실세로 평가할 수 있는 인사는 이명박 캠프 ‘6인회의’의 멤버였던 박희태 의원 정도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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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인 2004년 17대 총선에서 당선해 국회에 입성한 초선 의원의 숫자다. 당시 초선 의원 비율은 63%로 역대 국회를 통틀어 가장 높았다. 탄핵 역풍으로 득을 본 열린우리당은 초선이 109명으로 무려 72%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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