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7이곳이승부처>13.부산.慶南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부산.경남은 아직도 YS(金泳三대통령)의 안방인가.
민자당 텃밭인 PK(부산.경남)권에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YS 문민정부 탄생의 주역 부산.경남 정서가 예전같지 않다. 민자당 간판만 달면 무조건 당선이 당연시되는 것처럼 보이는이곳에 전과는 다른 분위기가 깔려있다.
이 지역 민심은 현정권 출범초같이 우호적이지 못하다.부산사람들은『부산은 속빈 강정』이란 말까지 한다.민자당 아성인데도 칭찬보다 서운하고 답답하다는 얘기가 자주 들린다.
이같은 기류는 잇따른 여론조사를 통해 반증되고 있다.민자당 문정수(文正秀)부산시장후보가 민주당 노무현(盧武鉉)후보에게 밀리고 있는 것이다.
왜 그럴까.이곳 사람들은 가장 큰 이유로 경제사정이 나아진게없고 전국 최대의 교통지옥이라는 점을 들고 있다.YS정권 출범이후 잔뜩 기대했는데 결과는 그렇지 못하다는 불만이다.
그러나 PK기류가 마냥 비판적이거나 적대적인 것도 아니다.불만이 표출되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미우나 고우나 YS』라는 인식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정치적 고비 때마다 YS에게 힘을 실어주었던 PK 특유의 결집력이 잠복해있는 것이다 .
민주당도 이 점을 잘 꿰뚫고 있다.PK정서가 예년같지는 않은데 그것은 YS바람의「잠복기」일 뿐이라는 위기의식이 팽배하다.
그러면 현지의 민자.민주 양당이 보는 PK기류는 어떤 것일까.
◇민자당=『현정권에 대한 불만이 큰 것은 사실』이라고 토로한다.『그동안 집권여당이 해준게 무엇이냐』는 시민들의 질타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현지 당직자들은 말한다.심지어 경남의어떤 시민은『YS 찍은 내 손가락 끊어야지.돌아 서면 또 찍으니까 아예 손목까지 끊어야지』라는 말을 할 정도라고 소개한다.
그러나 민자당은 낙관하고 있다.당의 한 관계자는『부산.경남 사람은 무뚝뚝하고 「욱」「팍」하는 성격이라 결단의 시점에서는 분명히 뭉쳐 무서운 힘을 발휘한다』고 특유의 정서를 믿고 있다. 특히 삼성승용차공장 유치와 아시안게임 유치에 잔뜩 고무되어있다.DJ(金大中 亞太평화재단이사장)의 등권(等權)주의 발언에도 자극되어 있다고 한다.때문에 부산시장후보 여론조사의 격차도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관계자는『처음부터 공기가 좋은 것은 위험하다』고 말한다.
천천히 상승기류를 타야 압승한다는 것이다.그리고 그 상승기류는이미 아시안게임유치 직후부터 타기 시작했다고 얘기한다.
◇민주당=반면 민주당은 삼성승용차공장과 아시안게임 유치가 분명 PK권에 대한 배려이긴 하나 이곳 생활인들은 그 혜택을 피부적으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부산의 경우 盧후보에 대한 동정심.미안감이 크다고 말한다.『민심은 요번에는 맛좀 봐라.광주처럼 깃발만 꽂으면 되느냐』는 반감이 팽배하다고 민주당 관계자들은 주장하고 있다.盧후보가 文후보보다 앞선 여론조사에 PK민심의 향방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시안게임유치후 文-盧간의 격차가 줄어들고 있고 경남쪽도 예전으로 돌아가는 기미를 보이는데 내심 당황해하고 있다.
그래서『본격적인 선거전인 6월11일부터는 YS바람이 불것』이라고 경계하고 있다.현재는「YS바람의 잠복기」란 쟈 을 인정하고있다. 그러나 과연 앞으로 불게될 YS바람이 태풍이냐,미풍이냐가 관건이라고 덧붙인다.현재까지 감지할 수는 없지만 태풍이면 어렵고 미풍에 그친다면 한번 해볼만 하다는 것이다.
[釜山=鄭善九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