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페이스>비디오게임업계 돌풍 스탬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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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닌텐도.세가.소니등 일본회사들이 판을 치고 있는 비디오게임 업계에 혜성처럼 나타나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영국인.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후 7백40만개라는 경이적인 판매기록을 세운 「동키 콩 컨트리」라는 비디오게임을 개발한 크리스 스탬퍼가 바로 그 사람이다.
美비즈니스위크誌에 따르면 세계최대의 비디오게임 전문회사인 닌텐도가 지난 4월 스탬퍼와 손을 잡기 위해 그가 형제들과 함께설립한 래어社의 지분 25%를 무려 4천만달러라는 엄청난 거금을 주고 사들였다.닌텐도는 「울트라64」라는 6 4비트형 차세대 게임기에 무장할 「킬러 본능」이라는 게임의 개발까지 스탬퍼에게 맡기고 있다.
스탬퍼는 81년 대학을 다니던 중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흥미를느껴 학업마저 중도에 포기하고 이 일에 매달리기 시작했다.처음그가 가진 무기라고는 자신이 직접 조립한 8비트 컴퓨터가 고작이었다. 2년간의 독학 끝에 83년 스탬퍼는 닌텐도를 찾아갔다.닌텐도의 게임기용 프로그램을 개발하는데 필요한 코드를 얻기 위해서였다.그러나 천하의 닌텐도가 이름도 없는데다 판잣집같은 곳에 사무실을 둔 무명의 영국인에게 회사 기밀을 내줄리는 없었다.닌텐도로부터 딱지를 맞은 스탬퍼는 절치부심(切齒腐心),닌텐도의 코드와 6개월간 씨름한 끝에 결국 코드를 해독해 내고 말았다.그리고 두번째 찾아갔을 때 닌텐도는 그가 들고온 「스라롬」이라는 스키게임을 보고 기절초풍할 수밖에 없었다.닌텐도는 그에게서 사들인 스라롬을 50만개나 팔아 톡톡히 재미를 봤다.그때부터 닌텐도와 스탬퍼의 관계는 정반대가 됐다.
스탬퍼의 래어社는 현재 평가액이 1억5천8백만달러에 달한다.
그러나 스탬퍼 형제들은 지금도 하루 15시간씩 일 속에 파묻혀산다.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컴퓨터와 있는게 행복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鄭耕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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