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제 5번째 탈당할까

통합민주당 이인제 의원<左>이 13일 국회에서 손학규 대표를 만나 공천 탈락을 항의하며 면담을 요청하고 있다. 공천심사위는 이 의원의 잦은 당적 변경 등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강정현 기자]

두 차례나 대선에 출마했던 통합민주당 이인제 의원이 정치 인생의 최대 위기를 맞았다. 민주당 공천심사위는 13일 충남 논산-계룡-금산의 현역인 이 의원에게 공천을 주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공천 탈락 사유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공심위가 이 의원의 잦은 당적 변경 등 정치 행태를 문제 삼았다는 말이 나온다.

박경철 공심위 간사는 “(이 의원을 배제시킨) 충분한 근거를 가지고 있다. 정치적인 판단으로 결과를 뒤집는 일은 없다”고 못박았다. 당내 인사들은 구 민주당의 대선 후보였던 이 의원이 공천에서 떨어진 것을 충격적인 결과로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이 의원의 공천 경쟁자였던 안희정 전 참평포럼 집행위원장이 부정·비리 전력자 배제 방침에 걸려 이미 탈락한 상태여서 놀라움은 더욱 컸다.

이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당 대표실을 찾아 박상천 대표와 20여 분간 면담을 나눈 뒤 굳은 표정으로 나왔다. 박 대표는 그에 앞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의원을 살릴 방안을 검토했지만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기자들이 향후 거취를 묻자 “지금은 얘기할 게 없다. 나중에 입장이 정리되면 말하겠다”며 언급을 회피했다. 평소 그답지 않게 동요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한 측근은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 지지율이 압도적으로 더 높은데도 공심위가 도대체 무슨 기준으로 이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했는지 납득할 수 없다”며 “충청에서 거의 유일하게 당선이 확실시되는 후보인데 좌파 인사들이 보복 차원에서 정치적 암살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지난해 대선 때 고향인 논산에서조차 득표 수가 후보들 중 4위에 그쳤다. 하지만 이 의원 측은 “요즘 지역구에서 ‘그래도 이인제만 한 인물이 없다’는 여론이 확산 중”이라고 주장한다. 만약 이 의원이 출마하려면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나서거나 자유선진당에 입당하는 길을 모색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신한국당·새천년민주당·자민련·국민중심당 등 몸 담았던 정당을 모두 뛰쳐나왔던 이 의원이 다섯 번째 탈당을 결행하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정하 기자 ,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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