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해외칼럼

미국 대선 후보들의 한반도 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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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9년 이후 미국 행정부의 한국 관련 전략을 예상하는 것은 너무 이른 것은 아닐 것이다. 대북한 정책, 인권, 무역 등 세 가지 쟁점에서 후보 간 차이를 알 수 있다.

오바마는 부시 대통령과 달리 적국의 지도자와 전제 없이 언제라도 만날 준비가 되어있다고 공약했던 몇 달 전 대북한 전략을 전면에 내세운 적이 있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해 언급했고, 대통령 자격으로 만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힐러리는 즉시 오바마를 순진하고 대통령 직의 권위를 위험에 빠뜨릴 거라고 공격했고, 공화당도 마찬가지로 공세를 퍼부었다. 이에 대해 오바마는 ‘준비 없는 만남’이 아니라 ‘조건 없는 만남’이라고 반박했으나 처음 제안에서 물러선 것은 분명해 보였다. 그러나 그가 밝힌 공약의 전제는 분명하다. 대화에 대한 믿음이 다른 두 후보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이다. 오바마가 북한에 대해 채찍이나 압력을 언급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이 점은 더욱 두드러진다. 그는 힐러리가 이란에 대한 금융제재를 지지한 점을 공격한 적도 있다. 힐러리 역시 북한 관련 외교정책에 대해 조지 W 부시 행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오바마와 달리 당근과 채찍의 필요성을 함께 인정하고 있다.

매케인은 다른 공화당 의원들처럼 북한의 핵무기 포기에 대해 훨씬 회의적이다. 그러나 평론가 대부분은 그가 다원적 외교 방식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마도 그 과정에서 북한에 대한 압력을 더 높일 가능성이 크다.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시각은 후보자 간 차이를 두드러지게 할 쟁점 중 하나다. 매케인은 인권 문제에 대해 소리를 높여왔고, 아시아의 민주주의 확산을 가장 적극적으로 옹호해 왔다. 부시 행정부는 지난해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비판 수위를 낮췄지만, 내년에 다시 공화당 행정부가 들어서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는 수단 다르푸르의 인종학살에 대해 거리낌없이 성토했다. 오바마와 힐러리 둘 다 미얀마 사태에 관심을 촉구한 매케인의 요구에 동참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북한의 인권 문제를 비판하고, 민주주의를 확산시키는 것에는 무척 조용한 편이다.

분명한 차이가 드러나는 세 번째 분야는 무역이다. 매케인은 자유무역을 강력히 지지하고, 힐러리와 오바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반대하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재협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오바마가 한·미 관계에 대해 실제로 어떻게 할지 여전히 의문이지만, 평론가들은 그가 보호주의자인 척할 뿐 대통령이 되면 달라질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칼 번스타인과 같은 힐러리의 전기작가들은 퍼스트레이디 시절 그가 NAFTA에 대해 반대했으며 자유무역협정에 반대하는 그의 주장이 진심에 가깝다고 주장한다. 반면 매케인은 경제적·전략적 이유로 자유무역협정을 명확하게 찬성하고 있다.

한·미 관계와 관련해 좋은 소식은 세 후보 모두 한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길 원한다는 점이다. 다음 행정부는 이명박 대통령과 함께 일하길 갈망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이 연내 한·미 FTA를 체결하면 민주당 후보들은 책임을 면하게 되다. 따라서 상황은 유동적이다.

마이클 그린 전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
정리=원낙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