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와타나베 사장, 노조와 함께‘꿈과 비전’시동 걸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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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豊田) 자동차는 최근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네 차례에 걸쳐 회사의 미래를 함께 생각해 보는 자리를 가졌다. 사장을 포함해 사측에서 100명, 노조는 위원장을 비롯해 200명이 참석했다. 핵심 이슈는 도요타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도전해야 할 중장기 경영 과제였다.

와타나베 아쓰아키(渡邊捷昭·65·사진) 사장은 13일 일본기자클럽 초청 간담회에서 이를 소개하면서 “도요타의 노사는 지속 가능한 성장이란 공동 목표를 향해 한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모임은 주주와 언론에 도요타의 올해 중장기 경영 전략을 밝히기 위해 마련됐다.

와타나베 사장은 “노조 측이 생산 현장에서 회사의 경쟁력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해 주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도요타는 마침 이날 올해 임금협상 결과를 발표했다. 근로자 1인당 월평균 1000엔(약 9000원)을 인상했다. 노조는 당초 1500엔을 요구했지만 세계 1위를 목전에 두고 허리띠를 더 졸라매자는 회사의 입장을 받아들였다.

와타나베 사장은 대신 노조에 대해 “자동차는 아직도 성장산업”이라며 꿈과 비전을 제시했다. “세계 자동차 수는 5년마다 1억 대씩 늘고 있다”며 “1990년 5억7000만 대에서 2010년에는 10억 대로 늘어날 것”이라며 구체적인 근거까지 거론했다. 그는 “이렇게 늘어나는 부분의 80~90%는 중국·인도·러시아·브라질 등 ‘브릭스’에서 차지할 것”이라며 “도요타는 이 시장을 석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런 비전을 실현하려면 자동차 업계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점을 앞장서 풀어야 한다”며 “환경 보전와 에너지 효율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2010년대 초반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를 100만 대로 늘리고 2020년에는 전 차량에 하이브리드 장치를 도입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현장에서 문제점을 해결하는 ‘가이젠(改善)’의 중요성도 역설했다. 그는 “문제점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사이좋게 싸우면서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달릴수록 공기가 좋아지는 차량이나 건강이 좋아지는 차량을 만들자는 황당한 아이디어를 내놔도 불가능하다고 평론만 할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해결 방법을 찾아보자는 의미다.

이날 도요타의 협력사인 일본 기후차체 호시노 데쓰오(星野鐵夫) 회장도 한국생산성본부 주최로 서울에서 열린 최고경영자 포럼에서 “도요타의 강점은 현장에서 현장을 개선하는 데 있다”며 와타나베 사장의 지론을 뒷받침했다. 그는 “도요타에서는 분필로 바닥에 원을 그린 뒤 실무자로 하여금 현장의 문제점을 찾아낼 때까지 그 원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했다”며 “바보라도 한 시간 정도 현장을 보면 문제점을 찾을 수 있어 그 부분을 개선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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