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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플 약세 … 하루살이 버냉키 효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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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13일 국내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온갖 악재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듯했다. 주가·환율·채권 값이 모두 약세를 보이는 이른바 ‘트리플 약세’가 나타났다. 대개 주가가 떨어지면 채권 금리는 하락(채권 값 상승)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시장에 2000억 달러를 풀기로 한 ‘버냉키 효과’도 하루 만에 끝났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1.1원 급등한 982.4원으로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이 980원대로 올라선 것은 2년2개월 만이다. 원-엔 환율도 100엔당 980.4원을 기록, 3년1개월 만에 980원 대로 올라섰다. 원-엔 환율이 980원을 넘어선 것은 2005년 2월 7일(983.4원) 이후 처음이다.

산업은행 외환거래팀 이윤진 과장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날만 4000억원어치의 국내 주식을 내다 팔면서 환율이 올랐다”며 “수입 업체 등 달러를 사려는 이는 많은데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환율 상승 압력이 커져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리도 급등했다. 시중 금리의 지표가 되는 5년짜리 국고채 금리는 0.1% 오른 5.31%, 3년짜리는 0.11% 급등한 5.27%로 장을 마쳤다. 국고채 금리가 오르면서 한동한 잠잠했던 3개월짜리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도 5.21%로 0.03%포인트 올랐다.

채권시장에선 금리가 급등했던 지난해 11월 말의 상황이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마저 돌았다. 지난해 말 외환 파생상품과 연계된 채권 매물이 급증하면서 3년짜리 국고채 금리가 이틀간 0.34%포인트 급등하는 등 채권시장이 패닉에 빠졌었다.

아이투신운용 김형호 채권운용본부장은 “지난해와 비슷한 사정으로 금리가 급등했다”며 “하지만 학습효과가 있기 때문인지 금리가 추가로 급등할 정도로 매물이 많지는 않다”고 말했다.

주가도 크게 내렸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43.21포인트(2.60%) 하락한 1615.62로 장을 마쳤다. 중국 상하이 지수가 2.43% 하락하며 4000선이 깨졌고, 일본과 홍콩 증시도 3% 이상 급락했다.

대우증권 조재훈 투자분석부장은 “미국 신용위기와 관련된 각종 불안한 요인들이 해소되지 않은 데다 중국의 긴축 가능성까지 겹쳐 주가가 하락했다”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센터장은 “미국 시장 불안 요인이 어느 정도 해소되지 않는다면 지수가 1600선 아래로 내려갈 수 있다”며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결정이 있는 18일(현지시간)까지는 변동성이 큰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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