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이야기>7.에르메스 스카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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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에르메스(HERMES)는 원래 마구상(馬具商)으로 출발했다.
1837년 티에리 에르메스가 파리에 마구 공방(工房)을 열고마차를 끄는 말에 필요한 안장.용구.장식품 등을 만들어 팔면서꼼꼼한 바느질과 남다른 디자인으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다.만국박람회에서 그랑프리를 차지하고,나폴레옹3세를 비롯한 유럽.러시아의 왕실.귀족들을 단골로 확보했다.지금도 스포츠용 최고급 마구를 만든다.20세기들어 자동차의 등장으로 마구 수요가 줄자 창업 3대째인 에밀 모리스 에르메스는 새 품목으로 핸드백과 지갑을 만들기 시작했다.일일이 손으 로 꿰매는 가죽 핸드백은 모나코왕비 그레이스 켈리가 애용했다 하여 「켈리 백」으로 불리기도 했다.
에르메스에는 창업이래 지켜져오는 가훈(家訓)이 있다.「손으로만들 수 있는 범위의 사업 이외에는 하지 않는다」는 것인데 대량생산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하청이나 라이선스 생산도 전혀 하지않는다.지금도 숙련된 제조공이 하나하나 손으로 만든다.
에르메스 스카프는 1928년에 등장해 매년 15개 패턴의 디자인을 발표한다.그중 영국왕실 문장을 넣은 스카프는 롱 셀러 가운데서도 특히 인기가 높다.이 스카프를 디자인할때 깜빡했는지일부러 그랬는지 영국 왕실의 허가를 받지 않았다 .그래서 영국내에서는 사용이 금지됐는데 이때문에 오히려 큰 인기를 끌어 베스트셀러가 되어 버렸다.엘리자베스 여왕도 샀다.
5대에 걸쳐 대를 이어온 에르메스는 마구용품.시계.향수를 비롯해 스카프.넥타이.여성복.남성복.도자기 등 2백50여가지 품목을 생산하는 토털 패션그룹으로 성장했다.스카프는 우리나라에서94년 한해 3만5천장 가량이 팔렸다고 한다.
李在明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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