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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거리 공해’ 간판 4개 중 3개 없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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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서울시에는 흔히 ‘간판’으로 불리는 옥외 광고물이 8만9000여 개에 이른다. 이 중 허가를 받은 것이 46%이고, 나머지 54%는 불법으로 설치됐다. 합법적인 간판이라 하더라도 너무 크고 조잡하며, 색깔도 자극적이다. 이 때문에 간판은 서울의 미관을 해치는 ‘주범’으로 꼽힌다. 건물 밖에 기둥처럼 서 있는 이른바 지주형 간판은 보행권까지 위협한다.

서울시가 다음 달부터 적용되는 ‘간판 가이드라인’을 12일 발표했다. 서울시 전체를 5개 권역으로 나눠 차등적으로 간판 규제를 적용한다.

새 가이드라인이 정착되고 불법 간판이 없어지면 서울시의 간판 수는 현재의 4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하지만 “현재의 불법 간판도 제대로 단속하지 못하는데 새 가이드라인이 현실성이 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업소당 간판은 1, 2개만 허용=서울시는 상업 활동의 정도에 따라 특화권역→상업권역→일반권역→중점권역→보존권역으로 나눠 간판 규제를 달리한다.

관광특구나 재래시장 같은 특화권역에서 규제가 적고, 문화재보호구역 같은 보존권역은 상대적으로 강하게 간판을 규제한다. 서울시가 이처럼 서울시 전체를 권역으로 나눠 간판 규제를 차등화하기는 처음이다.

업소당 간판은 특화·상업·중점권역의 경우 두 개까지, 나머지 지역은 한 개만 허용된다. 가로형·연립가로형·연립지주형 등 여러 형태의 간판을 각각 하나로 취급한다. 간판이 1개만 허용되는 보존권역에 있는 상점이 가로형 간판을 하나 달았다면 이외의 간판은 허용되지 않는다.

유형별로 간판 크기도 현재보다 작아진다. 가장 흔한 형태인 가로형 간판의 경우 기존엔 가로 길이는 업소의 전면 폭 이내, 세로 길이는 층간 폭 이하로 허용됐다. 이렇다 보니 건물 외벽이 가로형 간판으로 도배되다시피 됐다. 새 가이드라인에서는 가로형 간판의 경우 가로 길이는 전면 폭의 80% 이내로, 세로는 80㎝ 이내로 정했다.

관광 특구나 재래시장 혹은 명동 같은 집단상업지역을 제외하고는 네온사인이나 LED 같은 점멸식 간판을 설치할 수 없도록 했다. 이전에는 주거지역에서만 점멸식 간판을 금지해왔다. 건물 밖에 기둥처럼 설치하는 지주형 간판도 규제한다. 현재처럼 한 개 업소의 이름만 적혀 있는 ‘나홀로형’ 지주 간판은 아예 설치할 수 없다.

◇4월부터 적용=가이드라인은 4월부터 적용한다. 이를 위해 자치구별로 이달 중 구 전체를 5개 권역으로 분류해 발표하게 된다. 기존 건물에서 업소가 바뀌어 새로 간판을 달 경우 새 가이드라인이 적용된다. 특히 신축 건물에는 건축주가 간판 설치 계획서를 건축 허가 때에 심의받도록 했다.

하지만 가이드라인이 실제로 정착돼 서울의 간판이 깨끗해질지는 미지수다. 간판에 대한 단속권은 현재 각 자치구에 있다. 이렇다 보니 구청장들이 선거를 의식해 간판 규제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간판 중 절반 이상이 불법인 현실이 묵인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단속을 통해서는 간판 정비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건물 외벽이 건축주나 점포주 재산이 아니고 공공 재산이라는 인식 전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성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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