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사 졸업식 간 MB “군대도 실용으로 무장 낡은 관행 다 털어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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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명박 대통령이 군에 대해서도 ‘변화와 혁신’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11일 서울 태릉에서 열린 육군사관학교 제64기 졸업·임관식에서다. 이 대통령은 치사에서 “군의 임무는 변하지 않지만 군의 모습은 바뀌어야 한다”며 “구조를 최적화하고 국방 경영을 효율화해 21세기 정예 강군으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군 통수권자인 이 대통령이 처음 참석한 육사 졸업식에서 이렇게 말한 것은 군이 여전히 비효율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군대는 임무 달성을 최우선시하는 속성상 효율성이 떨어지기 쉽다. 실용과 창의를 중시하는 이 대통령의 철학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그는 임관한 장교들에게 “여러분은 창의와 실용으로 무장해 낡은 관행과 비효율성을 과감하게 털어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참여정부가 지난 3년간 추진한 ‘국방개혁 2020’은 2020년까지 621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국방개혁 예산을 요구하고 있다. 올해 초 대통령직 인수위는 국방부의 이 개혁 예산을 보고받고 “너무 많다”고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정부의 국방개혁안에는 육·해·공군이 자군을 보호하기 위해 부풀리기 식으로 올린 불필요한 예산이 포함돼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국방개혁 방안은 목표 자체가 불분명하고 국방부가 각군과 타협해 만들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더구나 한국군은 한국전쟁 이후 병력과 장비가 팽창일로만 거듭했다는 지적도 있다. 6·25 발발 당시 10만5000명이던 한국군은 현재 67만여 명이다. 전차는 한 대도 없었지만 지금은 2300여 대다. 117만 명의 북한군과 대치해 있다고는 하지만 운영이 방만했던 것도 사실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올해 안에 국방개혁안을 철저히 검증할 방침”이라고 국방부 관계자는 밝혔다. 의도와 취지는 살려 놓지만 내용은 상당히 바꾼다는 것이다.

이날 졸업식은 군인정신과 실용정신이 조화를 이뤘다. 군인정신을 강조해 선 채로 행사가 이뤄졌다. 지난달 이 대통령이 참석한 학군장교(ROTC) 임관식은 임관 대상자들이 의자에 앉은 채 행사를 진행해 군인정신을 해친다는 비판을 받았다. 대신 실용적 차원에서 졸업생들을 분열 행사에는 참가시키지 않았고, 학부모들이 맨바닥이 아닌 의자에 편안하게 앉아 행사를 참관케 했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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