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토넷, 뱅앤올룹슨에 도전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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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인피니티·캐딜락-보스, 벤츠·랜드로버-하만카돈, 아우디-뱅앤올룹슨…. 2000년 렉서스가 마크레빈슨을 장착한 LS430을 출시한 뒤 고급 승용차와 명품 오디오의 만남은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최근엔 QM5(보스)·제네시스(렉시콘)·체어맨W(하만카돈) 등 국내 차종도 예외가 아니다.

쟁쟁한 오디오 회사들이 버틴 차량 사운드 시스템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한국 업체가 있다. 현대오토넷이다. 이 회사는 2006년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 개발에 뛰어들어 1년간의 개발 기간을 거쳐 국산화에 성공했다. 이달 초 출시된 그랜저TG 뉴럭셔리에 이 시스템이 처음 채택됐다.

최고의 음질을 구현하려고 튜닝작업에 투입된 연구원 7명의 자부심은 크다. 문용민 선임연구원은 “캐딜락·BMW·벤츠·렉서스에 못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렉서스 LS460의 사운드 시스템은 800만원으로 최고급을 쓴다. 그 10분의 1도 안 되는 가격으로 훌륭한 음질을 구현했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외장 앰프가 없는 일반 차량용 사운드 시스템은 이전부터 해왔지만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 개발도 새로운 도전이었다. 헤드유닛·스피커·앰프 같은 하드웨어를 모두 새로 만들었다. 뭔가 다르다는 느낌을 주는 ‘감성 품질’이 문제였다. 계측 장비로 소리 주파수를 측정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거실처럼 꾸민 리스닝룸에서 직접 들어보고 차 안에서도 듣고 또 들었다. 차량 내 테스트만 4주 걸렸다. 그랜저를 주로 타는 40, 50대 고객에 맞게 트로트부터 클래식까지 부드러운 음이 나게 하는 데 초점을 뒀다.

지난해 5월에는 카오디오 동호회원들을 평가단으로 초청했다. 대부문 자기 차에 1000만원어치의 오디오 시스템을 장착한 매니어들이었다. 현대오토넷과 다른 회사 시스템이 각각 장착된 그랜저 TG를 타보고 어떤 게 나은지 ‘블라인드 테스트’를 해봤다. 결과는 26대 7. 박력·현장감 등에서 현대오토넷이 더 좋은 평가를 받자 자신감을 가졌다. 이 제품은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소비자가전쇼(CES)에 출품해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손일상 선임연구원은 “수출에 나서려면 부족한 브랜드 파워를 가꾸는 게 숙제”라고 덧붙였다. 오디오 브랜드는 명품 패션용품 같아서 품질뿐만 아니라 이름값이 크기 때문이다. 이 연구팀은 투스카니 후속 모델을 겨냥한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이천=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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