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한국계 유대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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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유대인(Jews)하면 셰익스피어의『베니스의 상인』에 등장하는고리대금업자 샤일록부터 떠올린다.작중 인물로 그는 가장 유명한유대인이다.작품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들도 그 악명(惡名)만은 곧잘 기억한다.샤일록(Shylock)은 고유명 사에서「비싼 이자로 돈을 빌려주다」의 자동사(自動詞)로도 통용된다.
셰익스피어 펜촉 끝의 위력이다.그러나 부작용도 엄청났다.마르크스는『자본론』에서「돈벌이가 있는 곳이면 어디에나 샤일록들이 우글거린다」고 분개했다.히틀러에게 샤일록은「악(惡)의 상징」이었다.세기의 비극을 부른 유대인의 부정적 이미지다 .반면 아인슈타인은「예수 그리스도 이후 가장 훌륭한 유대인」으로 꼽힌다.
전후(戰後)학문과 예술분야에서 유대인 천재들은 일일이 매거(枚擧)가 어렵다.
이들을 대하는 시선은 부러움과 증오,질시와 멸시가 항상 교차한다.미국(美國)대도시에서 식품점.세탁소.어물전등으로 지역상권을 장악하고 있는「코리안 아메리칸」들을 「한국계 유대인」(Korean Jews)으로 부른다.줄여서 「큐」(Ke ws)다.역사적으로,종교적으로 공통의 유대라고는 찾아보기 힘들다.돈버는데악착같고,자녀교육에 극성인 문화가 너무도 닮았다고 한다.
항상 소외의식을 느끼고,가난한 흑인들의 미움을 사고,「하버드병(病)」에다 바이올린 연주자를 다투어 길러내고,교회를 찾아 자기들만의 안식을 찾는 점이 너무도 같다는 얘기다.「큐」의 고리는 유대인들의 성취를 재현해내려는 코리안 아메리 칸들의 「심리적 귀속감」이라고 한다.줄리아드 음대의 외국계 학생은 50년대 유대인이 주류였다.60년대 일본에 추월당했고 지금은 예비과정에서부터 코리안이 석권하고 있다.
유대인의 「닮은꼴」로서 「큐」의 이미지는 다분히 부정적이다.
이 「큐」가 코리안 아메리칸을 넘어 전체 한국인의 국제적 이미지로 확산될 조짐이다.상재(商才)와 혁신의 재능은 유대인들의전유물이 아니다.유대인들의 「코스모폴리턴 정신에 입각한 기회 포착」이 이를 성공으로 이끌었다고 한다.그 방법이 「존경스럽지못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세계화시대에 정작 필요한 것은 이 코스모폴리턴 정신에 따른 기회 포착이다.유대인들처럼 「덜 존경스런 방법」으로 돈만 벌고중상주의적 행태에 안주할 경우 「큐」는 십중팔구 「어글리 코리안」의 또다른 이름으로 자리굳힐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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