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로 본 광복50년 조명-KBS1 "시간의 징검다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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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스타의 부침은 당대의 시대상을 반영한다.특히 대중의 연인으로불리는 여배우들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대중의 대리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상징으로,시대의 필연적인 산물이다.KBS-1TV가 광복50주년 기념프로로 마련한 『시간의 징검다리』 (21일 오후6시)는 바로 이같은 시각에서 한국영화 50년사의 주역들인 여배우들을 조명하는 첫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대상은 50년대를 풍미했던 최은희.김지미로부터 60~70년대의 윤정희.문희.남정임 트로이카등 국내 톱스타들이다.
특히 이들이 스타로 각광받을수 밖에 없었던 당시 사회배경과 숨은 뒷얘기를 공개하며 어색하기만 했던 흑백영화시대의 키스신 모음,대중이 함께 울고 웃던 여배우들의 우는 연기,웃는 연기 모습도 보여준다.그중 여배우 탄생의 객관적인 분석 시각은 눈길을 끌만하다.
최은희만 해도 그렇다.한국의 「소피아 로렌」으로 불렸던 그의특징은 강인하고 관능적인 이미지가 크게 부각됐다는 것이다.이는그 당시 사회상과 결코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50년대 전후 폐허가 된 우리사회는 모두가 의기소침했고 우울 했다.특히 전쟁상이용사들이 많았던 당시에는 「생활력이 강한 여자」를 원했으며이같은 대중의 욕구는 어머니형에 관능미를 갖춘 최은희를 일약 스타로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최은희와 한동안 인기대결을 벌였던 김지미의 출현도 흥미롭다.
최은희와는 대조적인 면이 많았기 때문이다.김지미는 한마디로 화려하고 그림처럼 예쁜 인형타입.다분히 서양적인 이미지였다.당시미군이 들어오면서 함께 묻어온 서구문화의 영향을 받은 우리사회로선 김지미의 선택은 필연적인 결과라는 분석이다.
김지미의 출현은 「울고 짜던」 최은희 영화보다 화면을 훨씬 밝게 만들었지만 50년대말~60년대초 「저질」멜로영화 홍수의 스타트를 끊은 대표주자란 오명도 남겼다는 것.
70년대 사회는 점차 안정기로 접어들었다.영화도 전성기로 불릴만큼 양적으로 풍부해졌다.이때 나온게 이른바 트로이카 여배우.이들은 대중이 원한 스타라기보다 다분히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스타라는 분석이다.
이 프로를 연출한 권순우씨 는 『여배우는 그 시대가 바라는 환상』이라며 『따라서 이들 여배우를 통해 지난 50년간의 우리사회변화를 한번 바라보자는게 기획의도』라고 말했다.
〈金光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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