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재벌 리카싱 홍콩서 떠나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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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홍콩 최고의 갑부 리카싱(李嘉誠)이 최근 홍콩증시에 상장된 자신의 주식소유권 모두를 해외법인으로 알려진 투자신탁기금으로 이전해 커다란 충격을 안기고 있다.
2년 앞으로 바짝 다가선 홍콩의 중국반환을 앞두고 취해진 李의 이번 조치가 과연「홍콩탈출」이냐,아니면 李의 주장대로 단순히 상속세 등을 면하려는 처방이냐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기 때문이다. 홍콩의 증권거래소인 연교소(聯交所)가 최근 발표한 바에따르면 李는 지난 8일부터 15일까지 8일간에 걸쳐 자신이 주석으로 있는 부동산회사 창장(長江)실업을 포함해 무려 시가 1천1백억홍콩달러(약11조원)에 달하는 10개 기업의 주식소유권을 새로 설립한 투자신탁기금「리카싱연합집단공사」로 이전했다는 것이다. 비밀리에 진행되게 마련인 이같은 주식 이전작업은 李가소유한 주식량이 엄청나게 커 수면위에 드러났다는 게 홍콩 증시전문가들의 지적이다.李는 자신의 이같은 주식 이전작업이 자산관리를 용이하게 하고 상속세 등을 피하기 위한 조치로 다 른 홍콩의 재벌들도 오래전부터 이같은 방법들을 써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홍콩법규상 8백만홍콩달러 이상의 재산을 가진 사람이 사망할 경우 그 자녀들은 18%의 상속세를 물게 돼 만일 창장실업에서만 2백85억7천만 홍콩달러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올해 66세의 李가 사망하게 되면 그 자녀들은 18%인 5 1억홍콩달러를 세금으로 내야 하나 투자신탁기금을 이용할 경우 상속세를피하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증시 일각에서는 지난 84년 자딘그룹의 버뮤다 이전 같은 홍콩탈출이 아니냐는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李의 주식집중은 오는 97년 홍콩특별행정구의 초대장관에 나서기 위해 벌이는 사전포석이라는 지적도 있다.
홍콩=劉尙哲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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