民自 중부권 전략-YS직계 포진 死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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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민자당 당직자들은 요즘 표정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웃음을 참으려 애쓴다.민주당의 경기지사 경선에서 터진 돈봉투사건을「즐긴다」는 인상을 주지않기 위해서다.코멘트도 점잖다.『불행한 일』이라든가,『개탄스럽다』는 정도에서 그친다.개인에 대한 비방이라든지,자극적인 표현은 삼간다.
이처럼 조심하는 것은 역풍을 우려해서다.『지방선거에 이용하려한다』든지,『반사이익을 노린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을 차단하려는 의도인 것이다.그래서 역으로 얼마나 민자당이 민주당의 돈봉투사건을 호재로 여기고 있느냐를 알게한다.
민자당의 선거전략을 살펴보면 이를 좀 더 쉽게 알 수 있다.
바로 중부벨트 사수(死守)전략이다.
중부벨트는 서울을 중심으로 경기.인천.강원등 국토를 동서로 관통하는 4개시.도를 묶은 개념.중원(中原)인 셈이다.민자당은여기에서 선거의 승패가 갈린다고 본다.예부터 천하의 패권은 중원에서 나왔던 고사를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민자당은 중부벨트를 방패로 호남에서 밀고 올라오는 민주당 바람을 막을 생각이다.또한 중부벨트의 세몰이가 성공해야 자민련의근거인 충청권을 공략해나갈 수 있다고 본다.중부권을 지키면 당선안정권이거나 우세지역으로 보는 부산.경남과 경 북.충북등과 함께 과반수이상의 광역단체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기도 하다. 이런 판국에 돈봉투사건이 터진 것이다.그렇지 않아도 수도권선거대책 특별기구를 구성하기 위해 준비하던 민자당이었다.
최근 민자당은 여기에다 쐐기를 하나 더 박았다.바로 미금(渼金).남양주(南楊州)출신인 이성호(李聖浩)의원의 보건복지부장관기용이다.돈봉투사건과 경기출신 장관의 기용을 묶어 판세를 결정짓겠다는 의도가 읽혀진다.
이같은 관점에서 보면 중부권에 배치한 민자당 시.도지사후보의면면들에서도 종합적인 검토가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인천의 최기선(崔箕善)前시장이나 경기의 이인제(李仁濟)의원은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직계다.서울의 정원식(鄭元植)前 총리도 YS맨이다.부산.경남을 제외한 다른 시.도지사후보들이 순수관료출신인것과 비교된다.
또한 이같은 인선은 중부벨트전략이 여권내부의 운용구상을 포함하고 있음을 강력하게 시사하고 있다.
〈金敎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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