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지지 않는 기숙사 불빛 … 하루가 짧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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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지지 않는 기숙사 불빛 … 하루가 짧다

06:00 기상 08:30~17:00 학과 수업 18:30~01:00 보충·자율학습

학생·학부모 관심을 끌던 고교 3곳이 오늘 문을 연다. 서울지역 최초로 세워진 서울국제고, 최첨단 실험시설을 갖춘 세종과학고, 명문고 도약을 꿈꾸는 구현고(개방형 자율고). ‘국제감각을 갖춘 인재양성’ ‘미래 이공계 리더의 산실’ ‘전인교육과 학력신장의 조화’ 등 학교들의 포부가 대단하다. 각 학교의 특징을 살펴보기 위해 신입생의 하루를 가상으로 꾸며봤다.

>> 서울국제고

“영어로 하는 수학 수업, 생각보다 쉬워요”

신입생인 서울국(16·서울 목동)군의 하루는 오전 6시 시작된다. 씻을 겨를도 없이 기숙사 룸메이트와 함께 운동장으로 나갔다. 학교에서 학생들의 심신단련을 위해 ‘전교생 매일 아침 30분 태권도 수련’을 의무화했기 때문이다. 아침 식사를 마친 서군은 곧바로 교실로 등교했다. 오전 7시50분. 부지런히 교실에 들어갔지만 벌써 자리에 앉아 공부에 열중하고 있는 친구들 모습이 눈에 띄었다. 아차 싶었다.
 담임교사의 간단한 조회가 끝난 뒤 1교시 수학수업을 위해 같은 반 학생 25명 전원이 수학교실로 자리를 옮긴다. 서울국제고는 학생이 교실에 있고, 교사가 교실을 찾아다니는 기존 수업방식을 깼다. 과목별 교사의 강의를 듣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이동해야 한다. ‘교사가 안정된 공간에서 수업을 해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생각에 ‘교과 교실제’를 도입했기 때문. 이 학교는 수학 수업도 영어로 진행한다. 교사가 말하는 시간보다 학생들이 문제풀이 과정을 놓고 토론하는 시간이 더 길다.
2교시는 정보어학실에서 진행되는 영어토론 시간. 1개반을 2개 그룹으로 나눠 로테이션 형식으로 수업한다. 이 날은 ‘여성주권 문제’를 두고 토론이 이어졌다. 찬·반 토론자 각 5명, 진행자는 3명. 나머지는 배심원 역할을 한다. 서군은 “처음에는 친구들끼리 서로의 의견을 비판한다는 게 어색했지만, 시간이 지나니 자연스러워졌다. 진짜 미 의회의원이 된 기분”이라고 말했다. 수업평가를 통해 각 학급에서 2명씩 뽑힌 토론대표는 1학기에 한 번 모의 UN 및 법정 대회를 벌인다.
 오후 4시 정규수업이 끝난 뒤에는 방과후 수업이 이어진다. 해외대학 진학이 목표인 서군은 AP(선학점이수제, Advanced Placement) 과목 이수를 위한 특강을 신청했다. 수업은 수준별로 이뤄진다. 성적이 상위 30%인 서군은 AP 준비반 중 3레벨에 소속됐다. 분기별 성적으로 또다시 그룹이 바뀌기 때문에 2학기에는 2레벨로 올라가는 게 목표다. 방과후 수업은 6개 분야 국제교육 과정과 프로젝트 기획 등의 수업을 학생들이 골라듣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방과후 수업도 정규수업의 일환’이라는 학교 방침상 학생 전원이 방과후 수업을 들어야 한다.
밤 9시부터는 자율학습 시간이다. 서군은 보통 자정까지 자율학습실을 이용한다. 전교생 154명이 모두 기숙사 생활을 하는 탓에 잠을 잘 때도 다른 방 불이 켜진 걸 보면 불안하다. 서군은 이날 토플 책을 보다 새벽 1시가 넘어 잠자리에 들었다.
 토요일은 집에 가는 날. 1주일 한 차례 있는 외박 날이다. 서군은 “학교에 남아있는 지방 학생들은 (내가 집에 있는)그 시간에도 공부를 한다”며 “이것이 주말에도 책을 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국제고에 들어온 만큼 실력좋은 친구들과 경쟁하며 열심히 공부해 아이비리그에 진학하는 게 서군의 목표다.

>> 세종과학고

야간에도 이용할 수 있는 과학 실험실 갖춰

>> 구현고

“학원이요? 우린 학교에서 다 하죠”

학비 저렴한 개방형 자율고
방과 후 수업에서 실전회화

프리미엄 최석호·최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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