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대 신입생들 혹독한 얼차려 경험글 파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최근 용인대학교 체대 신입생이 훈련 도중 뇌출혈로 쓰러져 사망한 데 이어 이번엔 음대생들의 혹독한 ‘얼차려’ 경험담이 인터넷 주요 커뮤니티에 잇따라 올라와 파문이 일고 있다.

자신을 경기 소재 모 음대 08학번 여학생이라고 소개한 이 네티즌은 지난 3일 모 포털사이트에 “TV에서만 보던 것을 오늘 가서 실감했다”며 입학 첫날 겪었던 군기를 전했다.

신입생은 선배에게 무조건 90도 ‘배꼽 인사’를 하고 실기시간에는 귀걸이, 반지 등 귀금속을 착용할 수 없다. 실기수업 들어갈 때는 선배들보다 1시간 일찍 와 청소하고 의자 정리를 해야 하며, 연습실 피아노 위에 먼지 하나라도 있으면 즉각 집합해야 한다.

수업 시간에는 조용히 앉아 고개를 푹 숙이고 있어야 하고, 선배가 불러도 절대 뒤돌아 보지 않으며 눈도 마주치지 않는다. 눈 마주치거나 1분이라도 지각하면 강의 뒤 즉각 집합한다. 대답은 ‘네, 아니오’로만 한다. 캠퍼스 밖 다른 지역을 가도, 심지어 미국이든 캐나다든 선배가 보이면 즉각 90도로 인사를 해야 한다.

이 네티즌은 “오늘은 무려 5시간 동안 인사하는 법, 선배에게 찍히지 않도록 주의하는 방법 등을 배웠다”며 “선배들 무서워 학교를 못 다니겠다”고 말했다. 댓글이 잇따르며 반응이 뜨거워지자 그는 “모든 음대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며 “신입생으로서 학교생활이 이렇다고 단정짓기는 어렵다”며 이내 글을 삭제했다.

이번엔 04학번 음대 남학생이라는 네티즌의 경험담이 이어졌다. 지방 모 음대를 다니다 서울 소재 대학에 재입학 했다는 그는 당시의 끔찍한 기억을 이렇게 회상했다.

“첫날 오전 10시까지 불려가 강당에서 머리 박으며 신고식을 했고, 머리는 발로 차였다. 심지어 스물 여섯 살 신입생은 허리디스크로 병원에 실려갔었다. 밤 늦게 까지 머리를 박다가 어두워지자 봉고차를 타고 산으로 가 머리를 박았다. 이후 인근 모텔로 가서 잠시 쉬었다가 새벽에 또 머리를 박았다. 밤을 새고 아침에는 다시 학교로 가 청소를 했다. MT 가서는 구토가 나올 정도로 오리걸음을 하기 일쑤였고, 결국 너무 힘들어 자퇴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네티즌들은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충격적이다” “이번 기회에 군기잡기를 뿌리 뽑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일부에서는 “미대도 음대 못지 않다”며 “일부 미대에서도 종종 비슷한 수준의 얼차려가 있다”는 글도 있었고 “예체능 계열이 특히 군기가 센 것 같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김진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