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祖平統 새주장 속뜻-南北대화 대비한 원격布石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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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15일 발표한 성명은 김일성(金日成)사망이후 조문불허에 대한 사과요구를 내세우며 남북한 당국간 대화를 회피해온 북한의 태도가 바뀌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있다. 조문파동에 대한 사과가 없이는 남북한 당국간 대화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해온 북한이 조문파동에 대한 사과요구를 약화시켰기 때문이다.
이는 北-美간 대화의 진전에 따라 남북한간 대화에 어쩔 수 없이 응해야만 하는 상황이 벌어질 때에 대비한 사전포석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오는 19일부터 말레이시아 수도 콸라룸푸르에서미국과 준고위급 회담을 앞두고 있다.
이 자리에서 논의의 초점은 주로 경수로 문제에 맞춰질 것으로전망되나 우리 정부는 제네바 기본합의서에 포함된 남북대화 재개에 북한이 조속히 응하도록 촉구할 것을 미국에 주문해두고 있다. 이와관련,그동안 남북대화를 거부해온 북한은 경수로문제나 北-美간 평화협정 체결문제에 대한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서라도 남북한간 대화에 어쩔수 없이 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질 것을 예상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날 성명 하나만을 두고 북한이 대화에 응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고 단정하기는 아직 이르다.
북한이 자유민주주의 체제하의 통일론을 포기토록 촉구한 것은 이른바「흡수통일」을 포기하라는 것과 마찬가지의 내용이다.
그밖에 조문불허 사과요구 역시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며 국가보안법 철폐요구도 여전하다.
과거의 기본입장에서 크게 변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다.
다만 과거에 강조해온 내용들중에서 우선순위를 뒤바꾸어 놓고 대화에 응할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정도의 유연성을 보인 것은 주목되는 대목이다.
일부에서는 북한의 이같은 태도변화가 해방 50주년을 맞는 올해 우리사회에서 통일논의가 크게 일 것을 기대하고 이를 자극하기 위한 통일전선전술에 따른 것일 수도 있다는 지적도 하고 있다. 결국 북한은 앞으로 상황전개에 따라 대화에 나서든지,아니면 다시 입장을 경화시키든지의 선택을 할 것으로 전망되나 이번의 태도변화는 이를 위해 배수의 진을 친다는 의미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康英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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