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 비디오, 군사정권 때 활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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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에로 비디오를 외설이니 저질이니 비하하는 사람이 많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탤런트.배우들의 누드 열풍에서 보듯이 분명히 에로물에 대한 수요가 있습니다. 에로는 오히려 앞으로 발전시켜야 할 성인문화이자 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400여편의 에로 비디오를 제작해온 유호프로덕션의 유병호(兪炳豪.45)사장. 그는 지난달 말 '한국 에로 비디오의 변천과 발전 방향에 관한 연구'로 명지대 문화예술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17년 동안 에로 비디오를 만드는 일에 종사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한 일을 정리해 후배들에게 남겨주고 싶었습니다. 논문을 읽기 쉽게 바꿔 책으로 펴낼 생각입니다."

동아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兪사장은 광고 제작사인 부산프로덕션에서 근무하다 1987년 유호프로덕션을 설립했다. 그가 만들어 히트한 시리즈도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의 첫 작품으로 13편까지 나왔던 '야시장', 세계 5개국을 돌며 찍었던 '성애의 여행', 코믹 섹스물 '어쭈구리' 등….

그는 한국의 에로 비디오는 80년대 군사정권이 들어서면서 꽃망울을 터뜨렸다고 말했다. 정치적 폭압 속에서 문화적으로 어느 정도 자유로움을 부여해 막힌 숨통을 터주려는 3S(스크린.섹스.스포츠)정책 덕분이었다는 것이다. '애마부인' '산딸기' 등 에로 영화가 인기를 끌면서 에로 비디오 산업의 토양이 마련됐고, 이어 90년대 초 '에로 비디오의 전성기'가 도래했다고 兪사장은 설명했다. 특히 '젖소부인 바람났네' 시리즈 열풍이 일면서 에로 비디오 업계에서 처음으로 진도희라는 에로 스타도 배출하게 됐다는 것이다.

"비디오 대여점이 전국에 3만~4만개에 이를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7000~1만개에 불과합니다. 비디오 대여점만 겨냥해 에로 비디오를 제작하면 실패합니다. 원 소스 멀티 유즈 시대에 맞춰 케이블 TV.모바일.위성TV는 물론 해외 수출도 염두에 두고 만들어야 합니다."

그는 "에로 비디오는 아주 싼 가격(비디오 대여 가격)으로 인간의 본능을 대리 만족시켜 주는 서민을 위한 산업"이라고 말했다.

글=김동섭,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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