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準고위급회담 전망-양쪽입장 현격 視界 불투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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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北-美간 準고위급 회담이 말레이시아 수도 콸라룸푸르에서 19일부터 열린다.베를린 경수로 전문가회의가 결렬된지 한달만이다.
미국측은 베를린회담 직후 강석주(姜錫柱)북한 외교부 제1부부장과 로버트 갈루치 美핵대사간 고위급회담을 제의했었다.북한은 이를 원칙적으로 수락했다.그러나 평양(平壤)을 회담장소로 고집했다.한국을 배제하는 한편 대내 선전효과를 극대화 시키자는 의도였다. 韓美 양국은 이를 거부했다.대신 북한에서 가까운 데다 양측 모두 대사관을 가지고 있는 베이징(北京)을 제안했다.
북한이 이번에는 반대했다.지난해 11월 베이징에서 열린 제1차 北-美간 경수로 전문가회의 내용 상당부분이 중국에 유출됐다는 것이 북한의 판단이다.또 회담기간중 예상되는 중국의 간섭도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고위급회담을 한단계 낮추는 제안을 했다.그대신 장소문제는 美측에 일임했다.
美측은 콸라룸푸르를 제시했다.양측 모두 대사관이 있다.또 이번 회담의 수석대표인 토머스 허바드 국무부 亞太담당 부차관보가말레이시아 공사를 역임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회담의 의제는 일단 제네바 합의를 중간점검하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그 이유는 첫째,準고위급 회담을 위한 일련의 北-美접촉에서 이미 이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둘째,이번 수석대표들은 이미 제네바합의를 이끌어낼 당시의 차석대표들이었다.북한측 수석대표인 김계관외교부 미국담당 副부장은 美국무부에서는 상당히 알려진 인물이다.
따라서 양측은 핵심사안인 경수로 노형(爐型)과 함께▲北-美연락사무소 개설▲중유제공 등 대북(對北)지원문제▲남북대화 문제 등도 거론할 전망이다.
그러나 회담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이번 회담에 임하는 북한의 입장이 전혀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북한은 지난 13일 평양방송을 통해『미국이 종전입장을 고수한다면 회담에서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남한 배제불가라 는 美측 입장이 수정되지 않는 한 성과가 없을 것이라는 엄포다.
회담성격이 명확히 규정되지 않았다는 사실도 문제가 되고 있다.북한은 이번 회담을「정치회담」으로 규정했다.이는 정치적 일괄타결에 의한 협상을 의미한다.
따라서 북한은 노형(爐型)선정을 비롯한 제네바합의사항을 평화협정 문제 등과 결부시킬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韓美 양국은 경수로회담 결렬에 따른 「고위실무협의」로 규정하고 있다.정치협상문제를 거론할 정도의「고위급회담」이아니라는 사실도 중요한 근거로 들고 있다.
다만 이번 회담 개최를 둘러싼 줄다리기는 앞으로의 北-美간 협상이 지구전(持久戰)양상을 띨 것임을 분명히 예고하고 있다.
〈金成進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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