私學비리 그후1년 스승의날 맞는 尙文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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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교단에 새로 선 기분입니다.정말 존경받는,부끄럽지 않은 스승이 될겁니다.』 서울 상문고(교장 片光範.67)교사 1백10명은 스승의 날인 15일 오전 학생들로부터 카네이션 한송이와 뻐꾸기벽시계 한개씩을 받는다.전교생 2천9백50명이 1천원씩 용돈을 모아 마련한 애정어린 선물이다.이어 오전11시 학생과 교사 대표의 축구시합이 벌어진다.
올해 스승의 날 행사의 주체는 작년봄「악몽의 사건」직후 결성된 학생자치회.교정에서 만난 학생회장 오세진(吳世晋.3년)군은『정말 학교답게 탈바꿈한 이곳에서의 학창시절이 자랑스러울 것』이라고 했다.
中央日報 보도를 통한 교사들의 양심선언으로 상춘식(尙椿植)前교장의 비리와 전횡이 드러나며 세상이 발칵 뒤집혔던 그후 1년….스승과 학생.학부모 모두의 한마음으로 상문고는 새로 태어나있었다. 『딱딱하게 굳어있던 아이들의 표정과 몸짓이 활기에 넘치는 것을 보면 같이 신이 납니다.』 당시 양심선언 교사중 한사람이었던 한상일(韓相逸.42.독일어)교사는『이루 다 늘어 놓을 수 없을 만큼 많은 변화 속에서 사제간의 신뢰는 벅찰 정 도』라고 말한다.
상문고의 변화는 학부모들에게서도 쏟아져 나왔다.
사건 이후 학교 실상을 뒤늦게 알게된 학부모들이 강남교육청을통해 작년 6월말까지 두어달간 앞다퉈 낸 기부금이 4천9백20만원.이 돈으로 유달리 찌던 지난 여름 60개 교실에 4대씩의선풍기가 설치되고 구닥다리 조개탄 난로는 가스 온풍기로 모두 교체됐다.
3개의 독서실과 교무실에는 모두 8대의 에어컨이 가동되고,올새학기에는 486PC 20대를 갖춘 컴퓨터교육실이 본관4층에 들어섰다.바로 옆에는 말 많았던 채점.성적조작 시비를 원천봉쇄하기 위한 컴퓨터 채점실도 갖췄다.
새로 부임한 片교장 주도로 염가의 구내이발소가 생기고 尙 前교장 측근이 운영하던 매점은 학생 5백원.교사 1천원씩 주주로참여한 협동조합으로 바뀌어 작년말 결산때 학생 1천원,교사 2천원씩의 배당금도 지급됐다.
양심선언 교사와 다른 교사간의 응어리를 풀기위해 지난 봄방학중 1박2일간 전교사가 수안보로「화합여행」도 다녀왔다.
학생자치회 뿐만 아니라 영화반.만화반.천문반.컴퓨터반.건축공학부.유도반등 30개의 서클과 학생보컬그룹이 생긴 것도 물론 개교(73년)이래 처음있는 일.
올들어 공식 구성된 육성회는 6월말까지 교실마다 29인치 TV 한대씩을 들여놓고 방송실을 갖추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현재의 관선이사 체제가 앞으로 어떻게 풀릴지는 미지수이나 사학비리라는 오명은 결코 되풀이 되지 않으리란 믿음이 교정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金錫顯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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