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鵬程萬里-사나이 대장부의 원대한 포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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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장자(莊子)는 허무맹랑한 말을 한 사람으로 유명하다.
하도 허풍이 세서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하면 「차원이 다르다」고 일축(一蹴)해 버린다.마치 하루살이에게 내일을 기약하는 것이나 매미에게 가을을 이야 기 하는 것과 같다는 식이다.
그가 쓴 『장자』라는 책에 보면 소요유편(逍遙游篇)이 있다.
더 넓은 우주를 아무 거리낌없이 훨훨 날아다닌다는 뜻이다.거기에 보면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북쪽 바다에 곤(鯤)이라는 물고기가 살고 있다.크기는 몇 천리나 되는지 알 수 없다.그런데 이 놈이 둔갑을 하면 붕(鵬)이라는 새가 되는데 붕새의 등도 몇 천리가 되는지 알 수 없다. 이 새가 날개를 펴면 하늘을 덮고 날개짓을 하 면 태풍이 분다. 그 태풍을 타고 9만리를 올라 6개월간이나 날아 남명(南冥.남쪽 어두운 바다)으로 날아간다.
황당무계하기 그지 없는 말이다.그러나 그는 속세의 상식을 초월한 존재,곧 광대하기 그지 없는 붕새를 빌려 자신의 정신세계를 아무 구속없이 마음껏 자유롭게 소요(逍遙.노닐음)하고 싶었던 것이다.붕새는 곧 자신인 셈이다.
여기에서 鵬은 곧「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거대한 존재」라는 뜻이 되어 붕익(鵬翼.거대한 날개),붕비(鵬飛.거대한 날개짓),붕도(鵬圖.원대한 계획),붕제(鵬際.붕새가 나는 우주)등과 같은 말이 나왔다.붕정(鵬程)이라면 붕새가 남쪽의 어두운 바다로날아가는 길,역정(歷程)을 일컫는다.수만리,아니 수십만리가 넘는다.따라서 붕정만리(鵬程萬里)는 사나이 대장부의 원대한 포부나 꿈을 뜻하는 말로 쓰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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