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아침에>역사속의 인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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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모든 발생사는 일어나는 그 찰나에 바로 역사가 된다.때문에 현재와 과거 또는 정치와 역사 사이에는 어떻게 보면 경계가 없다.그러나 한번 발생했던 일은 神도 되돌릴 수 없는 일이라 정치의 역사화(歷史化)는 철칙이다.다만 이 역사적 사실이 동시대인의 공감을 어느정도 얻느냐에 따라「로고스로서의 역사」 개념들이 달라지는 것 뿐이다.
필자는 작년에 독일인들이 만든 마오쩌둥(毛澤東)비디오를 본 일이 있다.중국의 마지막 황제라며 그의 권위주의를 비꼬았는가 하면 부인 셋 이외에 숱한 자녀들이 있었고,류사오지(劉少奇)같은 비전있던 지도자를 가차없이 숙청한 것등을 열거 하면서 끝에가서는 毛가 교조주의자요,폭군이었다고 혹평하고 있었다.그러나 대륙에서 毛는 오늘날의 덩샤오핑(鄧小平)체제하에서도 12억의 대국에 사회주의를 정착시켰다고 해 여전히 전국민의 추앙을 받고있다. 천안문에 걸려있는 그의 대형 초상화가 이를 웅변적으로 입증한다.비록 그의 처 장칭(江靑)이 12년 옥고 끝에 자살하고만 어두운 면도 있지만.
조용한 개방.개혁정치의 성공으로 중국의 국력과 위상을 크게 높여놓은 鄧의 임종도 눈앞에 다가선 듯하다.
60년 11월 모스크바 세계공산당대회에서 다수에 굴복하라는 소련의 요구에 완강히 항변하며 중국의 입장을 합리화시켰던 5척의 거인 鄧이다.
항상 침착하게 여러 국면에 대치하되 스스로 재능을 드러내지도말고 대열의 앞장에도 서지 말라는 그의 외교지침은 국가경략의 기본으로서나 개개인의 처신을 위해서도 배울만한 지침이라고 생각된다.그러한 鄧의 죽음을 앞두고 후계 경쟁자들은 그의 아들의 부정을 캐내 벌써 鄧의 치적에 흠집을 내려하고 있다고 한다.
내가 어제 잘 생각해 처리한 정사(政事)가 오늘 남들의 평을들어보면 온통 과실이요,잘못된 것으로 지목되는 예가 비일비재하다. 역사의 심판이 오늘의 재판보다 훨씬 가혹하다는 것을 다시한번 깨닫게 되는 요즘이다.
〈국제교과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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