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경수로회담 어디로가나-北美의 입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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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지난달 21일 베를린 경수로회담이 결렬됨으로써 지난해 10월北-美간에 체결된 제네바 핵합의 이행 전망은 일단 불투명해졌다고 할 수 있다.그러나 북한은 미국이 제안한 고위급회담 재개에동의하는등 사태를 극단적으로 악화시키지는 않을 전망이다.이달 하순께 열릴 것으로 보이는 고위급회담을 앞두고 韓.美.日 3국은 9,10일 이틀간 서울에서 회담을 갖고 공조체제를 다졌다.
3국은 고위급회담에서 제네바 핵합의 이행과 관련된 모든 문제를포괄적으로 논의할 수 있다는 입 장이다.하지만 논의의 핵심은 역시 경수로 문제다.한편 북한은 北-美간 평화협정 체결 주장 등을 내놓음으로써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고위급회담과 관련된 韓.美.日 3국과 북한의 입장및 최근 움직임을 정리해본다.
[편집자註 ] 지난달의 베를린 경수로 전문가회담이 결렬되기는했지만 北-美간에 적지않은 의견접근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다만 한국측이 강력하게 요구하는「한국의 중심적 역할을 얼마나인정하느냐」는 문제에 대해 양측은 상당한 견해차를 보이고 있어이달 하순께 열릴 고위급회담에서 이 문제가 타결될지 여부를 점치기는 아직 이른 상황이다.
「한국의 중심적 역할을 얼마나 인정할 것인가」는 「경수로 공급을 담당할 주계약자를 누구로 할 것인가」와 「북한에 제공할 경수로의 모델을 어떤 것으로 하느냐」는 문제에 대한 논의로 압축되고 있다.
◇계약방법=북한은 당초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북한과 경수로 공급협정을 체결하는 것에 반대하고 미국과 북한이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했었다.
그러나 베를린회담의 막바지에 북한과 KEDO가 공급협정을 체결하는데는 동의하지만 자국의 조선설비그룹이라는 회사가 경수로 발주자가 돼 KEDO가 선정하는 프로그램 코디네이터(PC)사이에 별도의 경수로공급계약이 체결돼야 한다는 주장을 새로 제시했다. 이는 주계약자를 사실상 미국기업인 PC가 맡아 경수로 공사사업 전체를 운영해야한다는 주장으로 한국기업이 주계약자가 되는 것을 막는,즉 한국의 중심적 역할을 배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편 북한은 한국의 경수로 설계참여를 인정하고 한국인기술자가 북한에 들어오는 것을 일정범위안에서 허용하겠다는 자세를보였다. 이에 비해 미국은 북한에 제공하는 경수로의 발주자는 KEDO며 따라서 주계약자 선정은 KEDO가 해야하고 韓.美.
日은 이미 한국전력공사(KEPCO)를 주계약자로 했음을 분명히했다.그리고 북한은 이를 당연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 을 견지하고 있다.
미국은 PC의 역할이 주계약자인 KEPCO와 북한 사이의 의견조정을 담당하는 어드바이저 역할에 국한돼야 한다는 것이다.
◇경수로 노형(爐型)=북한은 지난해 10월 제네바 핵합의에서북한에 제공하는 경수로를 1천㎿ 2기로 한다는 표현을 넣는데 동의함으로써 사실상 한국형을 받아들였다는 것이 제네바 핵합의를담당한 로버트 갈루치 美핵대사의 주장이다.
그러나 올들어 계속된 경수로 전문가회담에서 북한은 한국형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그러다가 지난 3월의베를린회담에서는 미국의 책임아래 한국형 경수로의 기본모델인 美컴버스천엔지니어링社가 개발한 「시스템80」형 원자로를 개량하는방안을 제시했다.
해석에 따라서는 북한이 한국형 경수로를 우회적으로 수용했다고볼 수 있는 내용이다.
〈康英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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