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압력에 밀리는 농산물檢疫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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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유해(有害)여부가 의심되는 외국산 농축산물이 대량으로 밀물처럼 밀어닥치고 있으나 정부는 통상압력에 밀려 마냥 문만 크게 열고 있다.우리들이 거의 매일같이 먹고 있는 수입농축산물이 과연 안전한 것인지 아닌지도 모르는채 그저 검사를 위한 통관지연은 무역장벽이라는 미국등의 으름장에 눌려 검사도 제대로 못한채통관부터 해주고 있는 것이다.과일과 채소에 대해서는 지난 3일부터 아예 先통관 後검역으로 방침을 바꾸었다.
그렇다고 외국의 압력만 없다면 안전성을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가.실은 그렇지도 못하다는데 문제의 근본이 있다.
우리는 식품오염및 유해물질에 대한 검사기준이나 잔류기준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을 뿐 아니라 전문검사인력과 검사시설및 장비도태부족이다.이 때문에 지난해의 경우 수입식품의 70%가 서류와관능(官能)검사만으로 통관됐고,검사대상이 된 것도 미국의 경우4백62종이나 되는데 비해 우리는 1백5종밖에 안돼 완벽한 검사를 하지 못했다.이에 따라 수입식품 통관합격률은 일본의 27배,미국의 53배나 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형편이 이런데도 오히려 「불공정」으로 세계무역기구(WTO)에제소까지 당하는 판이니 기가 찰 노릇이다.수입식품의 검사와 검역을 무역장벽의 수단으로 사용할 수는 없겠으나 외국의 압력이 거세다고 국민의 건강까지 내줄 수는 없지 않는가 .
우선 우리도 선진국에 못지 않은 검사기준과 검사인력,검사시설및 장비를 갖추어야 한다.이에 대한 예산당국의 인식전환이 절실한 상황이다.검사체계가 제대로 갖춰져야 외국의 통상압력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면서도 국민의 건강을 보호할 수 있다 .
다음으로는 협상과정에서 미국등이 주장하는 일반론에 계속 밀려서는 안된다.검사체계도 갖춰져 있지 않고,유통과정의 위생상태도선진국과는 비할 수 없이 뒤떨어져 있는데도 유예기간조차 확보 못한채 문만 연다는 것은 국민의 건강을 파는 것 이나 같다.미국과의 지적재산권보호 협상에서 중국이 보여준 자세와 논리를 우리도 배워야 한다.특히 새로 개발한 농약등에 대한 안전성은 그개발국이 입증 내지는 무해(無害)를 보증토록 요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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