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미성숙사회의 찌꺼기 성희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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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3일은 성희롱사건에 3천만원 위자료 지급등 말도 많았던 서울대 우조교 성희롱사건의 항소심 결심공판이 있어 다시 한번 성희롱이 논란을 일으킬 조짐이다.이 사건이 처음 발생했던 93년당시 사람들은 교수가 제자를 성희롱했다는 사실에 놀랐고 성희롱에 위자료지급 판결이 났다는 것에 또 한번 놀랐다.
이것은 사건 자체보다는 우리사회에서 이전에는 문제로 생각하지않았던 성희롱이라는 「관습」을 사회문제로 인식하게 했다는 데 의미가 있는 사건이다.이후 유수 사립대에서 여학생들이 남학생들로부터 성희롱을 당해왔다는 충격적인 보고와 각 기업체나 공공단체 여직원들의 성희롱실태가 밝혀지는등 성희롱이 중요한 사회이슈로 등장했다.
그러나 많은 남자들은 아직도 성희롱이라는 말의 모호함에 혼돈을 느끼고 저항감을 표시한다.이것은 성추행.폭행과 달라 남자입장에서 보면 크게 음험한 마음없이 여자를 한번 놀려보자고 한 것인데 이것을 문제삼으면 『친밀감표시를 이렇게 대 접하다니…』하며 섭섭해진다는 것이다.
지난해 시청에서는 한 청소부아주머니의 성희롱사건이 떠들썩했다.아주머니가 일했던 市산하 사업소에서 전근발령을 받고 송별연겸노래방에 갔다가 상급자인 남자가 아주머니를 끌어안으면서 문제가된 것이었다.
이 사건은 시장까지 진상규명을 지시하는등 시끌벅적 뭔가 조사되는 것 같더니 은근슬쩍 잠잠해졌다.
이런 문제가 생기면 대부분 이처럼 중인환시(衆人環視)에 소잡는 칼을 들이대고 파헤쳐 보지만 늘 확증이 없어 별거 아닌 걸로 끝난다.당사자인 남자는 섭섭하고 망신스럽고,여자는 억울함만남긴 채.
성희롱은 일상속에서 무의식적으로 행해지는 관습이기 때문에 늘남녀가 완전히 상반된 입장이 되곤 한다.이 관습을 사회학적으로해석해 본다면 『남성우월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여성들이 스스로 성적 열등감을 인정해야 하고,이를 위해 남 성유희의 성격을띤 성희롱이 여성들에 대한 사회화과정의 하나로 지금까지 이어져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시대는 여성이 계속 열등한 상태로 머물러 있을 수 없는 시대다.그래서 여성들이 더 이상 이런 남성의 유희를 참지 않기로 하고 계속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한 것이다.시대가 변하면 관습도 변해야만 하는 것이다.
梁 善 姬〈수도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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