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15년系派정치 이상신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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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금 정치판의 틀은 11대 국회때 짜여졌다.현역 국회의원들은11대를 경계로 그 전과 후가 단절돼 있다.그래서 다선(多選)분포도 역시 기형이다.7선(選)2명,6선 6명,5선 6명…,이렇게 좁게 내려가다 급격히 늘어난다.4선 28명 ,3선 43명,재선 78명…,이런 식이다.조직의 정상적 형태인 피라미드 구조가 아니라 옷걸이 구조다.
또한 이같은 분포도는 5.17이후 정치의 정체성을 반영한다.
11대 총선거일인 81년3월25일을 생일로 하는 「11대生」들이 정계의 주력이 된 이래 변화가 없음을 나타내는 것이다.재선이상 현역의원 가운데 11대부터 의정활동을 시작한 의원들은 39명.4선의원중 50%인 14명이 11대부터 내리 당선된 인사들이다.중진(重鎭)들 가운데는 압도적 다수다.
이들은 지금 3개 정파(政派)로 나뉘어져 있다.민자당의 민정계와 민주계,민주당의 동교동계다.그동안 적지않은 위기,예컨대 87년 양김(兩金)의 대선패배나 軍출신대통령의 퇴진등 존립이 위태로운 경우도 있었지만 이를 극복하고 건재하다.
이처럼 15년을 버티며 고착화한 정립(鼎立)구도에 최근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지난 6일 민주당의 전남지사후보 경선에서는 동교동계가 지원한 후보가 패한게 그것이다.이와함께 민자당의서울시장후보 선정방식도 민주계의 생각과는 달리 결정됐다.진통끝에 추대가 아닌 경선으로 낙착된 것이다.지도자가 없는 민정계의쇠락현상은 이미 오래전에 시작됐다.
일과성도 분명히 아니다.그래서 끈질기게 지속된 구(舊)질서가해체되는 조짐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지각변동의 가능성을 자신있게 부인할 사람은 없게 됐다.
하지만 그렇다고 결과를 단언할 수도 없다.그동안에도 유사한 상황이 있었지만 구조적인 변화에 까지는 이르지 못했다.역부족이었다.아직도 지역감정의 벽은 너무 높고 기존 정파를 이끄는 김영삼(金泳三)대통령과 김대중(金大中)亞太재단이사장 을 대체할 지도력은 찾기 어렵다.
결국 현재로서는 판단을 유보할 수밖에 없다.공존하고 있는 변화와 현상유지의 두가지 가능성 가운데 어느쪽으로 방향이 잡혀질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여기에 대한 해답은 유권자들이 6월27일의 4大지방선거와 96년4월11일의 15대 총 선에서 내려줄 것이다.
金 敎 俊〈정치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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