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회장 “갓난 아이와 놀아주느라 몸살 노인들 장단에 노래도 불러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200시간의 봉사활동은 어떤 경우든 제 인생과 삶을 바꿔놓은 기회가 되었고 이제는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기업인의 길에 매진해 남은 죗값을 치른다는 각오로 노력하겠습니다.”

한화그룹 김승연(56·사진) 회장이 사회봉사명령 200시간을 마친 뒤 이같이 소회를 밝혔다. 김 회장이 직접 자필로 작성해 2일 법무부에 제출한 소감문에서다. 김 회장은 지난해 ‘보복 폭행’ 혐의로 구속기소돼 9월 항소심에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명령 200시간을 선고받았다. 그러곤 지난해 12월 20일부터 지난달 29일까지 22일간 충북 음성 꽃동네에서 매주 3~4일, 하루에 9시간가량 봉사활동을 했다.

김 회장은 편지지 한 장 분량의 ‘사회봉사활동을 마치며…’란 소감문에서 “사회봉사명령 이행은 제 자신을 버리고 제 마음을 낮추어 더욱 성숙된 자아를 찾아 가는 성찰의 여행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갓난 아이들의 친구가 되어주느라 몸살이 나고, 거동이 불편한 노인 분들 및 장애아 분들의 장단에 맞춰 노래도 불러주면서 제 자신이 과연 어떤 인간이고 사지 멀쩡하게 부모의 사랑으로 태어나 성장한 것 자체가 주님의 은총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밝혔다.

실제 김 회장은 봉사활동 초기이던 1월 중순께 4일 연속으로 꽃동네를 찾았다가 몸살에 걸려 이틀 동안 몸져누운 적이 있다고 한다.

김 회장은 글 속에 봉사활동으로 받은 교훈도 담았다. “누구보다도 영혼만은 맑은 그들과 지내면서 글로 표현하기 어려운 강한 감동을 받았다. 이제는 강제가 아닌 자발적인 봉사의 길을 걸었으면 좋겠고 법원의 사회봉사명령도 가급적이면 자신의 전문분야에서 봉사할 수 있는 기회도 있었으면 하는 생각도 해봤다”고 적었다.

정효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