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라면값까지 챙기지만 … 설탕, 커피값도 급등 … 물가 대책 ‘대략난감’ 4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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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새 정부의 물가관리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국제 원유·밀·옥수수에 이어 설탕·커피값도 오르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1일 설탕이 올 들어 32% 올랐고, 커피는 22%, 코코아는 35% 뛰었다고 보도했다. 공급이 충분치 않은 데다 투기자금이 유입되면서 가격을 더 끌어올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제 원자재와 식품 가격 인상은 시차를 두고 국내 물가도 끌어올린다. 국내 소비자 물가는 1월 3.9% 상승한 데 이어 2월에도 4% 안팎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새 정부의 첫 번째 과제로 물가안정을 내건 정부는 속이 탄다. 물가대책 태스크포스(TF)까지 만들어 매달 회의를 열고 있지만 정부가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어서다. 시장은 개방됐고 정부가 민간 분야의 가격 결정을 이래라 저래라 할 수도 없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물가안정을 위해 정부가 직접 개입할 수 있는 일은 공공요금 동결과 유류세 인하, 할당관세 조기 인하 등이다. 그러나 공공요금을 구성하는 32개 품목이 소비자 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6.3%밖에 안 된다. 그나마 시내버스·택시·지하철·도시가스 요금 등 11개 품목(5.4%)은 시·도지사가 관장하는 지방 공공요금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라면값까지 챙기고 있지만 방법이 별로 없는 것이다.

급한 대로 정부는 올 하반기 예정인 할당관세 인하 시기를 앞당겨 원자재나 곡물 가격을 다소나마 낮출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가 물가에 관여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명확히 구분해 국민에게 알리고 양해를 구하겠다”고 말했다. 정부 내에서는 해외여건이 개선되지 않는 한 당분간 물가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세계 경기가 둔화되고 있어 우리 경제가 ‘저성장, 고물가’의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금리인하 조치는 경기를 살릴 수 있지만, 물가를 더 오르게 하는 부작용이 있어 전문가들마저 엇갈린 의견을 내놓고 있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회복과 물가안정이란 상반된 정책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없는 만큼 현 상황에선 물가보다는 경기에 초점을 두고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현대경제연구원은 “중립적 금리정책을 통해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근 물가상승이 대부분 해외요인과 비용인상 요인의 영향을 받는 만큼 기준금리를 현재의 5%로 유지하라는 것이다. 금융통화위원회는 7일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 조정 여부를 결정한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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