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균의 식품이야기] 나른한 몸 깨우는 ‘봄나물 트리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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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호 24면

“동무들아 오너라 봄맞이 가자/너도 나도 바구니 옆에 끼고서/달래 냉이 씀바귀 나물 캐오자~”

정겨운 동요 ‘봄맞이 가자’엔 ‘나물 트리오’가 등장한다. 달래와 냉이, 그리고 씀바귀다. 겨우내 얼었던 땅을 뚫고, 만춘(晩春)이 제철인 쑥보다 2∼3개월 먼저 싹을 틔우는 봄의 전령들이다.

옛날엔 경칩이 지나면 경기 인근에서 가장 빨리 나오는 산채 다섯 가지를 뜯어 왕실에 바쳤다고 한다. 이것을 신감채(辛甘菜)라 한다. 달래가 그 대표다.

달래

달래는 맵다. 끝이 마늘처럼 동그랗다. 그래서 ‘작은 마늘’이란 별명이 붙었다. 영어로도 ‘와일드 갈릭(wild garlic)’, 한방에선 ‘들마늘’이라 부른다. 실제로 매운 맛을 내는 마늘의 건강 성분인 알리신이 들어 있다.

영양학적으론 칼슘과 비타민 C가 풍부하다. 달래의 칼슘 함량은 봄나물 가운데 가장 높다. 우유를 꺼리는 노인에게 권할 만하다. “달래 먹고 예뻐졌나”라는 민요 가사가 있을 만큼 옛 여인들에겐 미용식으로도 통했다. 비타민 C의 피부 보호 효과를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달래는 옛 남정네에게도 인기가 높았다. 달래주를 매일 한 잔씩 마시면 정력이 좋아진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달래의 줄기ㆍ뿌리를 잘 씻은 뒤 보름∼한 달간 소주(3배)에 담가두면 달래주가 된다.

달래는 되도록 생채로 먹는 것이 좋다. 삶거나 된장국에 넣고 끓이면 열에 약한 비타민 C가 60% 이상 파괴된다.

냉이는 자연의 춘곤증 치료제다. 피로 해소를 돕는 비타민 B1이 봄나물 가운데 가장 풍부하다. 냉이는 독특한 향이 있어 생으론 잘 먹지 않고 무치거나 국을 끓여 먹는다. 쌀뜨물로 냉잇국을 끓이면 더 구수하다. 국이 끓을 때 날콩가루에 무친 냉이를 넣으면 맛이 더 좋아진다. 날콩가루에 무친 냉이를 양념장에 찍어 먹어도 맛이 기막히다. 나른한 봄기운에 멀찌감치 달아났던 식욕이 되살아난다. 영양학자들은 냉잇국보다 냉이무침을 추천한다. 국을 끓이기 위해 가열하는 동안 냉이의 비타민 B1과 비타민 C가 파괴되기 때문이다. 채소 치고는 단백질이 제법 많아 두부의 절반 정도다.

씀바귀는 이름처럼 맛이 쓰다. 쓴나물ㆍ고채(苦菜)라고도 불린다. 한방에선 쓴 맛의 효능을 개위(開胃·입에 침이 돌게 한다), 조습(燥濕·몸의 기운을 북돋워 준다), 사화(瀉火·허와 열을 내려준다)로 표현한다. “씀바귀를 잘 먹는 어린이는 식욕부진이 없다”는 말은 개위의 효과다. 춘곤증을 호소하는 사람에게 씀바귀를 권하는 것은 조습 때문이다. 사화는 옛 사람들이 “봄에 씀바귀를 먹으면 그해 여름에 더위를 타지 않는다”고 믿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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