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진출 기업 ‘관시 효과’ 기대 말아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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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호 14면

최근 중국에서 무단 철수하는 한국 기업이 늘어 문제가 되고 있다. 중국에서 사업을 할수록 적자만 쌓여 청산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게 되자 몰래 빠져 나오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비단 한국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한다. 얼마 전 한국에 온 오수종 중국한국상회 회장은 한국보다 중국에 먼저 진출한 대만·홍콩 기업도 똑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1990년부터 중국에서 기업을 운영해온 오 회장은 4400여 개의 한국 기업이 가입해 있는 중국한국상회의 회장을 4년째 맡고 있어 현지 사
정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는 중국 내 사업 여건이 급격히 바뀌고 있는 만큼 철수 기업이 갈수록 늘 것으로 우려한다. 당장 중국 정부가 지난해 관세 환급률을 8%포인트 축소함으로써 한국에서 원부자재를 수입해 완제품을 만들어 제3국에 수출하던 기업들은 존립 기반을 잃게 됐다. 여기에 올 들어 근로자 보호를 강화한 신노동법 발효로 인건비 부담이 크게 늘었단다.

하지만 오 회장의 설명에서 무엇보다 관심을 끈 대목은 ‘올 들어 중국이 관행보다 법을 우선시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중국 진출 기업이 금과옥조로 여기던 ‘관시(關係)’가 앞으로 통하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이전엔 현지 관리와 관시가 좋으면 각종 혜택을 볼 수 있었다. 한 예로 양로·퇴직·산재·의료보험 등 기업 의무 가입 5대 보험을 적당히 시늉만 내고 넘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올 들어 법대로 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이들 보험금을 제대로 납부하려면 인건비 부담이 40% 넘게 늘어난다는 게 오 회장의 설명이다. 관시만 믿고 중국에 진출했던 기업들은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세계 최대 시장으로 떠오르는 중국은 우리로선 놓칠 수 없는 기회의 땅이다. 이는 외국 업체에도 마찬가지다. “중국에서 못 이기면 세계 어디를 가도 진다.” 오 회장의 말처럼 중국은 글로벌업체의 각축장이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자신이 없으면 중국 진출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

▶지난 주

28일 한국은행 1월 경상수지 발표=26억 달러 적자로 11년 만에 최대 적자 기록
28일 미 지난해 4분기 GDP 성장률(수정치) 0.6%로 발표=월스트리트 예상치(0.7%)보다 낮아 침체 우려 커짐

▶이번 주

3일 통계청 2월 소비자물가 동향 발표
6일 통계청 2월 소비자전망조사 결과 발표
7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개최=지난달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만큼 이날 콜금리를 어떻게 결정할지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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