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여성 공직자 리더십 분석 책 나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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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으로서는 최초로 직업 공무원의 꽃이라고 불리는 차관직에 올랐던 김송자 전 노동부 차관. 그는 재직 당시 남자 부하직원들을 편하게 해주기 위해 회의 때 '뻐끔 담배'를 먼저 피워 물었다.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은 직원의 생일 때면 잊지 않고 고기를 조금 사서 줬다.

여성 리더들이 마땅히 따라 할 역할 모델이 없었던 시절. 최초 또는 성공한 여성 공직자로 꼽히는 개척자들은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구사했을까.

이화여대 행정학과 박통희 교수 등이 최근 발간한 '편견의 문화와 여성 리더십'(대영문화사).

이 책은 최장수 여성장관으로 손꼽히는 김 전 환경부 장관, 최초의 여성부 장관을 지낸 한명숙 전 환경부 장관, 최초의 여성 시장인 전재희 전 광명시장, 경찰의 역사를 다시 썼다는 김강자 전 종암서장, 그리고 김 전 차관 등 5명의 여성공직자의 리더십을 분석했다. 남성중심적 공직 사회에서 여성 상사에 대한 비우호적인 문화는 이들이 공통적으로 부딪혀야만 했던 장벽. 하지만 이를 뛰어넘어 능력를 발휘하기 위한 전략은 다양했다.

한 전 장관과 김 전 차관은 사람관계를 중시했다. 한 전 장관은 격식과 권위주의를 탈피해 직원들의 마음을 샀다. 그는 장관의 출퇴근에 차관과 기획실장이 마중나오지 않도록 했으며 차는 여직원을 시키지 않고 직접 타 마시도록 했다.또한 술을 강권하는 저녁 회식 대신 기능직 여직원까지 참석한 점심 회식을 하는 등 여성 친화적 직장문화를 만들어갔다.

반면 김 전 차관은 밥을 한끼 사도 "나는 맞벌이니까"라며 한국 남자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는 전략을 구사했다.자기 사람을 확실히 챙겼고 예산을 딸 때는 부하를 대동해 자신의 투쟁 모습과 소기의 목적을 이루는 과정을 보여줬다. 필요하면 영부인의 심사도 거스르는 두둑한 배짱과 오기를 부려 '최고다'라는 말을 듣곤 했다.

김 전 서장과 전 전 시장, 김 전 장관은 상대적으로 업무에 치중했다.

김 전 서장은 여성이 누릴 수 있는 혜택과 차별을 철저히 거부했다. 야근 등의 면제를 포기하고 오히려 후배 여경들에게도 당직을 시켰다. 그에게 보고를 거부하는 파출소장에게는 경찰의 위계 질서에 대해 발표를 시켜 자신을 여성이 아닌 상관으로 인정케 했다. 자신의 일과 목표를 달성하는데 언론을 적절히 활용하는 수완을 보였으며 15층 높이의 서울경찰청 건물을 20회 이상 뛰어오르는 등 체력으로도 남자와 정면 승부했다.

전 전 시장은 완벽성을 추구했다.매사에 준비가 철저했고 업무도 완벽히 파악해 그의 앞에 서면 부하직원들은 오금이 저린다고 말할 정도였다. 사적인 관계에서도 한번 '내 사람'이라고 여기면 끝까지 챙겼다.

김 전 장관이 제시한 여성의 생존 및 성공 전략 '5계명'은 ▶실력▶튀지 않는다▶내부를 확실히 장악한다▶외모를 전략적으로 활용한다▶가슴속에 숯덩이 하나는 지닐 각오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숯덩이는 여성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개인 또는 가족적 희생을 각오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들이 한결같이 말하는 성공전략의 기본은 실력을 갖추는 것. 또 하나의 공통점은 이들 모두 4.15 총선에서 여의도로 진출하기 위해 3당에 입당해 있다는 사실이다.

문경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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