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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발""7호법정" 법정스필러로 인간내면 추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5면

최근 번역출간된 스콧 터로의 『증발』과 레온 유리스의 『7호법정』은 색다른 전개방식의 법정스릴러로 눈길을 모은다.
『증발』(원제.Pleading Guilty)은 주인공이 녹음기에 구술하는 형식으로 독자들에게 직접 이야기하는 서술방식이 이채롭고,『7호법정』(QB Ⅶ)은 등장인물들의 파란만장한 삶의묘사에 초반 지면을 많이 할애해 스릴러라기보다 본격소설같은 인상을 준다.두 작품 모두 대중문학과 본격문학이 적절히 결합됐다는 평을 받아왔다.
93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였던 『증발』은 현직 변호사인 스콧 터로의 세번째 소설.87년 『무죄추정』(Presumed Innocent)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터로는 법정스릴러로 유명하지만 원래는 순수작가 지망생이었다.그러나 의식 의 흐름만을좇아 독자들로부터 외면당하는 풍조에 반감을 갖고 작가의 길을 포기,하버드 법과대학원을 나와 변호사가 된 색다른 경력의 소유자다. 『증발』의 주인공은 50대 변호사 맥 멀로이.그는 경영주로부터 5백60만달러란 거금을 횡령하고 달아난 동료변호사를 찾아내라는 명령을 받고 추적에 나선다.터로는 이 기둥줄거리에 멀로이의 기상천외한 사랑행각,그의 과거회상등을 짜넣어 법조계의비리는 물론 인생의 뒤안길도 들여다보는 통찰력을 보여준다.뜻밖의 복선과 반전으로 읽는 재미도 상당하다.
한편 유대인 문제를 다룬 논픽션을 주로 써온 유리스의 『7호법정』은 영화같은 전개가 특징.4부로 구성된 이 작품은 부별로장면전환을 이루며 등장인물들의 삶이 묘사된다.
1부에서는 영국에서 갑자기 전범으로 체포되는 폴란드인 의사 아담 켈노의 파란만장한 인생이 펼쳐진다.그는 무혐의로 풀려났지만 한 작가가 자신을 나치유대인수용소에서 남성거세수술이란 인체실험을 한 인물로 묘사하자 법정 소송을 제기한다.
2부는 켈노에게 피소된 유대인 작가 애이브러함 캐디의 다채로운 삶을 그리면서 미국 초기유대인 이민의 실상을 보여준다.캐디는 켈노의 혐의에 대한 결정적인 증거는 없지만 고심끝에 재판을강행하기로 한다.
3부에서는 영국 법조계에 대한 이야기가 해박하게 펼쳐지며,작품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4부는 원고측 변호사와 피고측 변호사의 치열한 법정 공방전을 펼쳐 결말에 대한 독자들의 궁금증을 붙들어맨다.『증발』과 『7호법정』은 스릴러다운 흥 미를 지니면서 인간성에 대한 성찰과 인생을 되새겨보는 기회를 독자들에게 선사한다.
李 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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