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300돌 英스코틀랜드銀 보수적영업이 역사 지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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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보수주의 영업원칙이 한 은행의 역사를 3백년이나 끌고 왔다.」 그 주인공은 영국의 스코틀랜드은행.
1695년 설립된 이 은행은 지난 4월26일자로 창립 3세기를 맞았다.18세기 후반부터 시작된 산업혁명을 근대자본주의의 시발로 볼 때 「자본주의 이전의 은행」이었던 셈이다.
스코틀랜드은행은 창립 3백주년이라는 경이적 역사만으로 자축을벌이고도 남을 일이지만 영업실적까지 좋아 경사가 겹쳤다.
지난 회계연도(94년3월~95년2월)의 순익(稅前)이 전기(前期)보다 67%나 늘어난 4억5천만파운드(한화 약 5천5백억원)를 기록한 것이다.영업의 주종을 이루는 대출시장점유율을 높여 예대(預貸)마진을 많이 낸데다 각종 수수료수입 도 확대된 덕분이다.
창립 3백주년과 실적호전을 자축해 스코틀랜드은행은 이날 주주들에게 특별배당금,1만5천명의 직원들에게는 특별상여금을 주었다.그 결과 주주들의 배당금은 전기보다 15.25%나 늘어났으며,직원들의 상여금은 13.8% 증가했다.
은행장 브루스 패틀러는 『틈새시장을 겨냥한 영업전략으로 이같은 성과를 거뒀다』고 말한다.특히 주택건설회사에 대한 대출을 늘려 재미를 보았다는 것이다.
신용기준을 완화하면서 대출을 늘린 것이 아닌가 싶지만 은행측은 경기후퇴기에 대비해 충분한 대출심사를 거쳤다고 강조한다.
은행이라는 곳이 일반적으로 그렇지만 스코틀랜드은행은 특히 보수적인 곳으로 정평이 나 있다.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는 신중함이 이 은행의 역사를 지켜 주고 있다는 것이 파이낸셜타임스紙의 분석이다.
스코틀랜드은행은 국제금융시장의 새로운 조류가 어떤 것인지 관심이 없다.베어링은행의 파산을 몰고온 파생금융상품(디리버티브)근처에는 아예 얼씬거리지도 않으며 신용도가 낮은 제3세계에의 대출도 관심 밖이다.
이 은행의 영업원칙은 안전한 곳에 돈을 빌려주는 동시에 은행의 자체비용은 최대한 줄이는 것이다.정통적인 은행영업이라는 말을 듣는 동시에 고리타분하다는 핀잔도 받는다.그러나 지난해 영국내 대부분의 은행들이 영업이익 감소를 경험하는 가운데 이 은행의 영업이익이 14%나 늘어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이런 보수적인 영업방식에 힘입은 것이다.
런던 금융가에서는 이런 영업스타일이 90년대 후반에도 계속 재미를 볼 것인지는 불투명하다고 지적하지만 당사자들은 지금 방식을 바꿀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沈相福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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