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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안북도 비단섬이 중국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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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최근 백두산을 중국 영토로 표기한 지도를 제작한 것으로 드러나 파장을 일으킨 국토지리정보원이 이번에는 압록강 하구에 위치한 비단섬을 포함한 일대 지역을 중국 영토로 표기한 국가지도집을 발간했다.

건설교통부 산하 국토지리정보원(원장 손봉균)이 국가 지리 관련 정보를 집대성해 지난 14일 배포한 ‘대한민국 국가지도집’에서 이 같은 오류가 발견됐다. 문제의 지도는 총 279쪽 분량의 지도집 중 2~3쪽에 실려 있는 위성 영상지도다. 대한민국 국호와 태극기, 우리 영토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곁들여진 이 지도에서 우리 영토는 색을 선명하게 하고 주변 나라들은 뿌옇게 처리해 영토 범위를 구분했다.

그러나 압록강과 서해가 합류하는 곳에 있는 비단섬은 뿌옇게 표시해 중국에 속하는 것으로 돼 있다. 비단섬은 경도 기준으로 한반도에서 가장 서쪽 섬이던 마안도와 신도·양도·장도·말도 등의 섬을 제방으로 연결해 만든 인공섬이다. 영상지도에는 또 신의주와 가까운 압록강 내 ‘류초도’와 ‘황금평’도 마치 우리 영토가 아닌 것처럼 처리돼 있다.

면적 64㎢의 비단섬은 여의도 면적의 7.7배에 달해 평안북도 신도군 군 소재지이기도 하다. 갈대가 많은 비단섬은 중국 둥강(東港)시와 마주보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은 ‘대한민국 국가지도집’을 영문으로도 제작해 해외에까지 배포했다는 데 있다. 이 지도집은 국·영문 1500부씩 총 3000부가 제작됐으며 영문판은 각국 주한 대사관과 해외 주요 대학 등에 배포됐다. 게다가 지리정보원은 25일 이 지도를 전 세계 누구나 열람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 내 국가지도집 사이트(atlas.ngii.go.kr)에 올려놓기까지 했다.

지리정보원은 ‘대한민국 국가지도집’마저 졸속으로 만들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005년 국·영문으로 제작한 ‘대한민국 주변도’에서도 백두산을 의미하는 삼각형 기호와 천지를 의미하는 파란색 점 모두를 중국 국경 안에 속하는 것으로 표기한 사실이 중앙일보(지난해 11월 29일자 10면)에 의해 알려진 후 여론의 호된 비난을 산 바 있다.

27일 중앙일보 JOINS 보도 직후 지리정보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위성영상들을 상호 융합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기술적 오류”라고 해명했다.

김용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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