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폭탄테러 18년前 예견-피어스소설 "터너 다이어리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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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백인 우월주의자 소설가 윌리엄 피어스(63)가 지난 78년 앤드루 맥도널드라는 필명으로 쓴 『터너 다이어리스』라는 소설이오클라호마시티 연방건물 폭파 사건으로 갑자기 화제를 모으고 있다.이 소설은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실제 사 건과 너무 흡사한 점이 많다.
소설 내용은 이렇다.
백인 우월주의자와 반유대주의자가 연방건물에 폭탄을 장치해 폭파시킨다.
사망자는 수백여명.폭파 시간은 오전 9시15분이며 범인들이 사용한 폭탄은 질소 비료와 난방용 연료를 이용해 만든 사제 폭탄이다. 처음엔 암모니아 질산염으로 만든 파괴력 2만파운드 이상의 것을 계획했으나 실제는 5천 파운드 정도의 것을 사용,2개층을 붕괴시킨다.또 폭발과 함께 뒤따르는 폭풍으로 건물의 창문과 기타 구조물들은 대파된다.
사망자의 발굴 작업에 2주일 정도가 걸릴만큼 건물은 폐허가 된다. 소설 속 내용과 오클라호마시티의 실제 상황은 흡사하다.
폭파범들이 백인 우월주의 성향을 지닌 극우 집단에 관여해있다는 점뿐만 아니라 사망자수도 26일 현재 확인된 숫자만 1백명에 육박하고,아직 1백30여명이 실종 상태에 있는 만큼 소설 속의 수백명에 부합된다.폭발 시간도 소설이 오전9 시15분인 반면 실제는 9시4분이었다.
폭탄 제조 방법도,위력도 흡사하다.굳이 차이를 들자면 건물의피해정도가 소설보다 더 커 오클라호마시티의 경우 붕괴된 층수가9개층에 달했다는 정도다.
관계당국자들 사이에「테러리즘의 교본」으로 불리고 있는 이 소설은 현재까지 20만권이 팔렸다.저자 피어스는 소규모 백인 우월주의자 집단인「국립동맹」의장으로 반정부.반체제적이며,유대인과게이.유색인종을 싫어한다.
헝가리 여자와 결혼 했는데 구혼 광고에서 『백인 아리안족에 대학교육을 받은 여성을 원한다』고 못박을 만큼 유럽계통의 백인문화를 선호하며 현재의 미국이 저급스런 흑인 문화에 동조돼가고있다고 비난한다.
그는 국립동맹이 『장래의 백인 어린이들에게 물려줄 유산으로 우리의 국권과 문화를 회복시켜 나갈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워싱턴=金容日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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