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大選 조스팽 異變-청렴한 중도좌파에 중산층 갈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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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다음달 7일 선출될 프랑스 차기(次期)대통령은 좌파의 리오넬조스팽 사회당(PS) 후보와 우파의 자크 시라크 파리시장의 좌우대결로 압축됐다.
23일 실시된 1차투표에서 조스팽은 에두아르 발라뒤르총리는 물론 여론조사에서 줄곧 선두를 유지해온 시라크까지 따돌리는 이변(異變)을 연출했다.
좌우를 불문하고 부정부패사건으로 정치권 전체에 대한 불신이 고조된 가운데 조스팽은 청렴한 정치인이라는 인식이 크게 부각됐으며,그의 온건 좌파적 성향도 중산층에 어필할 수 있었다.
이와함께 3분의1에 달하던 부동표(浮動票)중 좌익성향 유권자들이 조스팽에게 몰표를 던진 것도 크게 기여했다.이들은 사회당이 93년 총선 참패에 이어 21년만에 대통령선거 결선투표에 후보가 나가지 못할 경우 사회당이 공중분해하고 말 것을 우려,조스팽 지지쪽으로 움직였다.
우파내 집안싸움도 조스팽 약진(躍進)에 한몫했다.우파성향 유권자들은 시라크.발라뒤르 두 후보가 제살을 깎는 싸움을 벌임으로써 둘로 갈라질 수밖에 없었고,그것이 결국 현실로 나타났다.
조스팽이 대권장악을 위해 넘어야 할 벽은 공산당(PCF)등 汎좌파세력을 규합하는 일이다.공산당과 급진좌익 「노동자의 힘」,그리고 녹색당 후보들은 1차투표에서 각각 9%,5%,3.3%의 득표율을 기록했다.결선투표에서 과반수 득표를 얻어 승리하기위해선 이들 좌파를 끌어들이지 않고선 불가능하다.
한편 시라크는 예상에 크게 못미치는 득표를 기록했지만 지난 81,88년에 이어 세번째로 결선투표에 나서 가장 유리한 상황에서 한판 승부를 걸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 시라크는 조스팽이 아니라 발라뒤르를 자신의 경쟁상대로 선거유세를 펼쳐왔다.
이미 발라뒤르가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고 시라크 지지를 천명하고 나섰기 때문에 약 20%에 달하는 발라뒤르표가 시라크에게 간다고 계산하면 최소 40%의 지지율은 확보할 수 있다.
또 전체적으로 우파 지지층이 6대4로 좌파보다 두텁고,프랑수아 미테랑대통령의 14년 좌파통치를 마감해야 한다는 공감대(共感帶)가 우파내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따라서 비록 2등에 그쳤지만 결선투표에서는 시라크가 승리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이 일반 분석이다.
그러나 이번 1차투표결과를 놓고 지금까지의 여론조사들이 모두빗나갔듯 변수는 항상 숨어있어 조스팽의 승산도 충분히 있다.
자크 들로르 유럽연합(EU)前집행위원장의 불출마로 대타(代打)로 나선 조스팽과 대권 삼수생(三修生)시라크의 대결은 마지막까지 한치의 양보도 없는 한판승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파리=高大勳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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