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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교향악단 최초로 평양 무대 서는 뉴욕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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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26일 오후 6시 평양 동평양대극장에서 서방 오케스트라로서 역사적인 첫 공연을 한다. 뉴욕필은 이에 앞서 25일 아시아나항공 특별기 편으로 베이징을 출발해 평양에 입성했다.

뉴욕필은 26일 동평양대극장에서 남북한을 비롯한 전 세계에 생중계되는 가운데 북한의 국가와 미국의 국가‘성조기여 영원하라’를 연이어 연주한 다음 바그너의 오페라 ‘로엔그린’ 3막 서곡과 드보르작의 ‘신세계’ 교향곡, 거슈윈의 ‘파리의 미국인’ 등을 차례로 연주한다. 뉴욕필은 관객들의 앙코르 요청이 있을 경우 한국 민요 ‘아리랑’을 연주할 계획이다.

뉴욕필은 28일 오후 1시30분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올 베토벤’프로그램을 연주한다. ‘에그몬트 서곡’, 피아노 협주곡 제2번(협연 손열음), 교향곡 제5번 등을 차례로 들려준다.

뉴욕필의 역사적인 평양 공연을 앞두고 뉴욕필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뉴욕필은 언제 창단돼 어떻게 발전해왔을까.

1842년 12월 7일 수요일 저녁 뉴욕 브로드웨이 410번지 아폴로룸 무대에 50여명의 연주자들이 들어섰다. 객석은 거의 만원이었지만 대부분이 오케스트라 단원의 가족이나 친구, 제자들이었다. 단원의 40% 이상은 독일계 출신이었다. 700석짜리 홀에 600∼650명이 자리를 잡았다. 첼리스트를 제외한 나머지 단원들은 모두 선 채로 연주했다. ‘필하모닉 소사이어티 오브 뉴욕’이 창단을 알리는 공연이었다. 미국 태생의 초대 지휘자 우렐리 코렐리 힐을 비롯해 데니스 에티엔, 헨리 팀이 몇곡씩 나눠서 지휘했다. 첫 곡은 베토벤의 제5번 교향곡이었다. 뉴욕필하모닉의 출범을 알리는 팡파르로 잘 어울리는 레퍼토리였다.

뉴욕 필은 미국 최고(最古)의 교향악단인 동시에 세계에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오케스트라 중 하나다. 1992년에 창단 1백50주년을 맞았다. 뉴욕 필의 연간 공연회수는 1백50회가 넘는다. 그중 대부분이 35주 동안의 정기연주회 시즌 동안 링컨센터 내 에이버리 피셔홀 무대에서 펼쳐진다.

베토벤 교향곡 제5번으로 창단 연주

1892년까지만 해도 뉴욕필의 공식 명칭은 필하모닉 소사이어티 오브 뉴욕이었다. 1921년 내셔널 심포니를 시작으로 1923년 시티 심포니를 흡수했으며 1928년에는 뉴욕 심포니와 합병했다. 그래서 현재의 정식 명칭은 ‘필하모닉-심포니 소사이어티 오브 뉴욕’이다. 하지만 ‘뉴욕필하모닉 오케스트라’라는 이름으로 통용되고 있다.

지금까지 뉴욕필을 거쳐간 음악감독으로는 초대 음악감독 우렐리 코렐리 힐(1842~47년 재임) 을 비롯, 데오도어 에스펠드(1848~65), 칼 버그만(1855~76), 레오폴드 담로시(1876~77), 데오도어 토머스(1877~91), 안톤 사이들(1891~98), 에밀 파우(1898~1902), 월터 담로시(1902~03), 워실리 사포노프 (1906~09), 구스타프 말러(1909~11), 요제프 스트란스키(1911~23), 윌렘 멩겔버그 (1922~30) , 아르투로 토스카니니(1928~36), 존 바비롤리(1936~41), 아르투르 로진스키(1943~47), 브루노 발터(1947~49), 레오폴드 스토코브스키(1949~50), 디미트리 미트로풀로스(1949~58), 레너드 번스타인(1958~69), 조지 셀 (1969~1970), 피에르 불레즈(1971~77), 주빈 메타(1978~91) 등이 있다.

쿠르트 마주어는 뉴욕필 최장수 음악감독을 지낸 메타의 뒤를 이어 1991년 뉴욕필 음악감독으로 취임했다. 번스타인은 69년 음악감독에서 물러나면서 뉴욕필의 유일한 종신 명예지휘자의 칭호를 받았다. 2002~03년 시즌부터는 마주어의 후임으로 로린 마젤이 음악감독에 취임했다. 2009년 9월부터는 미국 태생의 앨런 길버트(41)가 음악감독을 맡는다.

말러, 번스타인, 스토코프스키 등이 음악감독 거쳐

창단 초기부터 뉴욕필은 신작 초연에 남다른 열성을 보여왔다. 드보르작의 제9번 교향곡 ‘신세계’를 비롯해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제3번 등을 세계 초연했다. 미국 초연 작품 목록에는 베토벤의 교향곡 제8번과 제9번, 브람스의 교향곡 제4번, 말러의 교향곡 제1, 2, 4, 6번,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제6번’ 등 스탠더드 레퍼토리의 반열에 올라있는 명곡들이 포함돼 있다. 지금도 세계적인 작곡가들에게 매년 적지 않은 신작을 위촉, 초연하고 있다.

뉴욕 필은 1922년부터 경제적, 지리적 여건 때문에 콘서트홀 공연에 참석할 수 없는 시민들을 위해 방송을 통한 생중계를 시작했다. 라디오 생중계 방송은 1966년까지 계속됐고 그 이후에도 생중계는 아니지만 실황녹음 방송으로 클래식 대중화를 위해 노력해왔다. 1997년부터는 미국에선 유일하게 전국 규모로 정기적인 생방송을 해오고 있다.

뉴욕필이 음반을 처음 녹음한 것은 1917년의 일이다. 지금까지 2000장에 가까운 앨범을 냈다. 현재 음반매장에서 유통되는 음반만 해도 500장이 넘는다. 도이체 그라모폰, 데카, 뉴월드, RCA, 소니 클래시컬, 텔덱 등 세계 굴지의 레이블에서 음반을 냈다. 1997년엔 자체 레이블 ‘뉴욕필하모닉 스페셜 에디션’이라는 타이틀로 자체 레이블을 출범시켰다. 첫 작업으로 1923-87년 라디오 방송을 위해 녹음해둔 연주 실황을 음반으로 냈다. 2000년엔 10장짜리 ‘번스타인 라이브’를 선보였다. 최근에 나온 음반은 지난해 10월에 나온 10장짜리 앨범 ‘뉴욕필하모닉의 쿠르트 마주어’다.

뉴욕 링컨센터 에이버리 피셔 홀이 주무대

라디오 뿐만 아니라 TV와 인터넷도 뉴욕필이 청중과 만나는 중요한 미디어다. 20년이 넘게 청소년음악회를 정기적으로 방송해왔으며 1976년부터는 PBS의 ‘링컨센터 공연실황’에 자주 출연해왔다. 1996년 11월 14일 뉴욕필은 자체 제작한 음반을 인터넷으로 독점 판매한 최초의 교향악단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1943년 라디오로 생중계됐던 레너드 번스타인의 역사적인 뉴욕필 지휘 데뷔 실황을 CD로 복각한 음반이다.

1962년 뉴욕필은 70여년의 카네기홀 시대를 접고 링컨센터에 들어선 필하모닉홀로 무대를 옮겼다. 이 홀은 1976년 대대적인 개보수를 위해 막대한 기부금을 희사한 독지가의 이름을 따서 ‘에이버리 피셔홀’로 불리고 있다. 연간 2백회가 넘는 뉴욕필의 공연에 참석하는 관객수는 1백만명에 육박한다. 오픈 리허설에 참석하는 청소년들도 3만명이 넘는다.

부악장 등 7명의 한국인 단원 포진

뉴욕필은 1965년부터 매년 여름 센트럴파크를 비롯한 뉴욕 일원의 공원에서 무료 야외콘서트를 열고 있다. 지금까지 관객수는 연인원 1300만명이 넘는다. 특히 1986년 7월 5일 미국 독립기념일에 열린 ‘리버티 위크엔드 콘서트’ 는 무려 80만명을 동원한 사상 최대 규모의 클래식 공연이었다.

2004년 12월 18일 뉴욕필은 통산 1만 4000회의 공연 기록을 수립했다. 뉴욕필의 단원은 현재 102명. 그중 여성이 35명이다. 한국인 단원은 부악장 미셸 킴을 비롯해 리사 김(제2바이올린 부수석), 장민영, 함혜영, 김기혜, 김명희, 권수현 등 모두 7명으로 여성 바이올리니스트들이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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