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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성공시대의 리더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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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첫째, 밥을 배불리 먹여라. 몇해 전 개봉됐던 영화 ‘웰컴 투 동막골’에서 인민군 장교 리수화와 동막골 촌장의 대화내용에 그 첫 번째 리더십의 비밀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거… 고함 한 번 안 지르고 마을 사람들을 휘어잡을 수 있는 비법이 뭡네까?”(리수화), “머를 마이 멕이야지 머…”(동막골 촌장). 그렇다. 먹여야 한다. 배불리 먹여야 한다. 지금 우리는 배고프다. 그러니 배불리 먹여라. 물론 절대적 기아해방은 박정희 시대의 과제였다. 하지만 상대적 기아해방은 이명박 시대의 과제다.

둘째, 돈이 돌게 하라. 돈은 돌아야 제 몫을 한다. 부자들 지갑엔 돈이 넘친다. 그 돈이 돌게 하라. 억지로 뺏으려 하지 말고 대신 신나게 벌어 겁내지 않고 쓰게 하라. 움츠려 움켜쥐게 만들지 말고 당당하게 기꺼이 나누게 하라.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 지갑에 그 돈이 돌고 돌아 풍요가 깃들게 하라. 노무현 대통령이 결정적으로 실패한 대목이 바로 이것이다. 더불어 국민이 이명박 정부를 선택한 결정적 기대감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하지만 못하면 물(국민)은 또다시 배(새 정부)를 외면할지 모른다.

셋째, 일을 하게 만들라. 돈이 돌게 하려면 더 많은 일자리가 절실하다. 한 끼 적선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자기 밥을 지어먹게 제대로 된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일자리만 늘린다고 일이 되는 게 아니다. 제대로 일할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일하는 시간보다 파업하는 시간이 많은 나라의 미래가 온전할 리 없다. 법과 원칙마저 우롱하는 파업의 악순환 고리를 단호히 끊어야 한다. 그래서 제대로 일하는 국민, 원칙 있게 일하는 정부가 국민성공시대를 함께 열도록 만들어야 한다.

넷째, 꿈을 꾸게 하라. 밥 굶지 않고, 돈 벌고, 일하는 것은 삶의 기본요건이다. 그러나 그것에 갇히고 매몰돼 쳇바퀴 돌면 곤란하다. 그건 자칫 살아있는 삶, 즉 생활이 아니라 길들여지는 사육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삶을 살아 숨쉬게 만들려면, 즉 삶의 유산소운동이 촉진되려면 ‘산소 같은 꿈’이 필요하다. 꿈은 삶의 산소다. 그러니 온 국민이 다시 꿈꾸게 만들어야 한다. 이른바 ‘88만원 세대’가 지금은 엄두도 나지 않는 내집 마련의 꿈을 자연스럽게 다시 꿀 수 있게 해야 한다. 말단 샐러리맨에서 출발한 사람이 대통령이 된 시대인데 정작 지금의 젊은이에겐 그것이 그저 ‘밀봉된 꿈’, 내겐 이뤄질 수 없는 ‘박제된 신화’에 불과하다면 정말 곤란하지 않은가. 꿈의 회생이 절실한 때다.

다섯째, 혼을 불어넣어라. ‘성공’이란 단어엔 세속적 요소가 불가피하다. 밥도 배불리 먹고 돈도 많이 벌고 신나게 일하며 꿈꾸던 것을 성취하는 기쁨도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공을 진짜 성공답게 만드는 최후의 결정타는 다름아닌 혼(魂)의 입김이다. 혼이 깃들지 않은 성공은 지속될 수도 위대할 수도 없다. 결국 성공의 완성은 혼이 담겼나에 달려 있다. 따라서 국민성공시대를 열어가려면 무엇보다도 우리의 잊혀지고 외면되고 질식된 혼을 우리 내면에서 다시 일깨우는 ‘혼의 리더십’이 절실하다.

국민성공시대를 이끌 새 대통령의 리더십은 ‘밥의 리더십’에서 출발해 ‘혼의 리더십’으로 완성돼야 한다. 자, 이제 새 대통령은 ‘실용의 칼’과 ‘원칙의 방패’로 무장하고 ‘긍정의 갑주’를 입고 ‘열정의 말’을 타고 나서라. 그리고 국민 모두가 너나 할 것 없이 한마음으로 꿈꾸게 하라. 그 꿈들이 모이고 영글어 정녕 위대한 대한민국을 펼치게 만들라.

정진홍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