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호 고구려 역사소설"王都의 비밀"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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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86년 『잃어버린 왕국』에서 시간의 터널속으로 사라진 백제왕국의 영광을 복원해 냈던 작가 최인호(50)씨가 이번엔 전성기고구려의 역사를 재현해낸 소설 『왕도(王都)의 비밀』(全3권.
샘터)을 펴냈다.91년부터 2년6개월간 일간지에 연재했던 이 작품은 백제 무령대왕을 중심으로한 백제와 일본의 관계, 광개토왕과 장수왕 시대의 고구려사 두 축을 따라 이야기가 전개됐으나책으로 묶어 내면서 백제부분을 삭제하고 초점을 고구려로 맞췄다. 이 과정에서 원고지 1천5백장 분량이 개작됐다.
『지난해 7월부터 11월까지 고구려의 옛 유적을 답사하는 여행을 했습니다.
고구려의 옛 도읍인 국내성을 비롯해 졸본부여의 환인(桓人),수나라.당나라와 맞서 싸우던 고구려의 백암성.안시성은 물론이고백두산 천지와 주변의 중국본토까지 무려 3만㎞나 돌아 다녔습니다. 태어나서 그처럼 많은 곳을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돌아다닌 적은 없었습니다.이때 고구려의 발자취에 매료돼 작품을 개작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대수술을 거친 『왕도의 비밀』은 화자인 「나」가 역사의 미스터리를 추적하는 추리와 광개토왕과 장수왕의 영토확장 파노라마가 어우러진 역사추리소설로 거듭난다.실제로 저자 최씨이기도 한 「나」는 고구려의 토기에 새겨진 정(井)자 문양을 우연히 발견하고 그 의미를 좇아 역사속으로 시간여행을 떠난다.이성산성에서 서울대 박물관.여주 .영동.충주.경주를 거쳐 남해지방까지 1만㎞를 답사한 끝에 「나」는 오히려 혼란에 빠진다.고구려 토기 문양으로 알았던 井자 문양이 신라지역에서도 발견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경주 호우총에서 광개토왕의 명문(銘文)과 井자 문양이 함께 새겨져 있는 것을 보고 광개토왕과 관련이 있는문양이라고 단정한다.
중국탐사에 들어간 「나」는 광개토왕의 비문을 보고 광개토왕과그의 아들 장수왕이 거쳐간 정복지와 井자 문양이 발견된 곳이 일치함을 발견하게 된다.결국 「나」는 井문양이 정복왕으로서의 상징적인 휘장인 것으로 결론내리고 백두산 정상에 서 그 문양이천지를 본떠 만든 것임을 확인한다.
『정복자들의 공통점은 칭호나 문양등을 통해 자신에게 카리스마를 부여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칭기즈칸(하늘의 아들이란 뜻)이란 칭호나 이스라엘의 국기가 된 다윗왕의 방패(보안관 마크 모양)에서부터 히틀러의 구부러진십자가등 종류도 다양합니다.井자 문양은 하늘의 아들이요,물의 손자라는 고구려 건국신화의 선민의식을 상징하는 천지를 상형한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해방둥이인 최씨는 『이번 역사 탐험은 잃어버린 민족정신을 찾아가는 작업이며 동시에 내 자신의 뿌리를찾아가는 작업이었다』면서 『광개토왕이 1천5백년전에 사라진 조상이 아니라 바로 내 아버지와 같은 존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한 다.
南再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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