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大選 1차투표 D-5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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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프랑스 대통령선거는 우파의 자크 시라크와 에두아르 발라뒤르,좌파의 리오넬 조스팽 3파전으로 굳어진 가운데 23일의 1차투표를 5일 앞두고 후보들은 전체 유권자중 3분의 1에 달하는 부동표의 공략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어느 후보도 과반수 표를 획득하기는 불가능한 상황으로,이번 1차투표는 다음달 7일의 결선투표에 나설 다수득표자 2명을 뽑는 예선전의 성격을 띠게 됐다.
이 경우 모든 여론조사에서 25%대의 지지로 1위에 올라있는시라크 후보는 무난히 결선투표에 나서고 나머지 한장의 카드를 놓고 발라뒤르와 조스팽 후보가 다투는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불과 2개월전까지 3위에 머물던 시라크가 지난달초부터급부상하며 선두로 나선 것은 변화와 개혁을 강조한 선거전략이 주효했다고 볼 수 있다.경제침체와 사회기강 해이등으로 적극적이고 미래지향적 지도자를 갈망하는 프랑스 유권자들에게 시 라크는적임자로 꼽히고 있다.
93년초 총리취임부터 지난달초까지 부동의 선두를 유지하던 발라뒤르는 하강곡선을 타더니 급기야 최근에는 지지율이 20%에도못 미쳐 간신히 3위에 턱걸이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불법도청사건등 잇따른 실정과 파업등 난국(難局)을 헤쳐나가기에는 믿음직하지 못하다고 판단한 유권자들이 시라크쪽으로 넘어가고 있어 이탈표를 방지하면서 우선 1차 관문의 통과에 유세방향을 맞추고 있다.
조스팽은 선거 1주일을 앞두고 발라뒤르를 2~3%정도의 박빙으로 따돌리고 있다.
조스팽은 당선가능성이 희박한 공산당이나 녹색당으로 가는 좌익성향의 표가 사표(死票)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하며 좌파의 단합을 호소하고 있다.
시라크가 2개월만에 급부상하는 것을 예상하지 못한듯 불과 5일이지만 변수는 남아있다.우파성향의 부동표가 발라뒤르에게 쏠릴수 있으며,좌파성향의 유권자들이 조스팽에게 몰표를 던질 수도 있다. 또 여론조사가 실제하고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시사주간 르 푸앵 최근호에 따르면『시라크가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58%가 『그렇다』고 응답했지만,『시라크가 대통령이 되길 원하느냐』는 질문에는 29%만이『그렇다』고 응답했다.
반면 같은 응답자가 발라뒤르의 가능성은 18%라고 답하면서도시라크보다 높은 31%가 그가 대통령이 되길 원해 민심이 여전히 유동적임을 확인시켰다.
결국 정책대결도 없고 좌파와 우파간의 뚜렷한 차이도 없이 후보 개인의 인기를 바탕으로 한 이번 선거는 뚜껑을 열기까지 단언하기는 힘든 상태다.
[파리=高大勳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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