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전천후 돔球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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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89년6월5일 첫경기를 가지고 개장한 캐나다 토론토시의 스카이돔은 불과 몇년만에 캐나다 최고의 명물 가운데 하나로 자리잡았다.종래의 돔식 구장(球場)이 에어텐트로 불리는 공기주입식 반투명 천장인데 반해 스카이돔은 철제구조물을 사용 했으면서도 20~40분만에 천장을 여닫을 수 있는 개폐식으로 돼있는데다가호텔.수영장.레스토랑.바등 완벽한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 구장이 개장된 직후 재미있는 해프닝이 있었다.부대시설 가운데 하나인 호텔에는 3백50개의 객실이 있고 그중 70개의 방에서 야구를 관전할수 있는데 어느날 방에서 야구를 구경하던 남녀가 사랑을 벌이는 장면이 수만 관중에게 목격돼 작은 소동이 벌어진 것이다.
마침 그 방이 초대형 전광판 근처에 있어 관중들의 눈은 자연히 그리로 쏠렸고,이를 좀더 자세히 보려는 관중들이 매점으로 몰려가 다투어 망원경을 사가는 바람에 순식간에 망원경은 동이 났다는 것이다.
원시시대 수목(樹木)텐트의 주거형태에서 비롯돼 로마시대에 완성단계에 이른 돔 건축양식은 오늘날 스포츠,특히 야구.축구등 구기(球技)경기장의 가장 이상적 형태로 각광받고 있다.
건축비가 워낙 많이 들어 어지간한 나라들은 엄두도 내지 못하지만 일단 세워지기만 하면 스포츠팬들에게는 더 말할 것도 없고일반 관광객들에게까지 명소(名所)구실을 톡톡히 해내는 것이다.
65년4월 세계 최초로 미국 휴스턴에 세워진 애스트로돔의 건립배경이 그렇듯 돔구장이 등장한 것은 프로야구의 열기와 무관하지 않다.노천 구장에서는 비가 조금만 내려도 경기를 진행할 수없기 때문이다.
농사가 무엇보다 중요한 우리나라의 경우 가뭄이 계속되면 큰 타격을 받는데도 열광적인 프로야구팬들은 비가 내려 경기를 못하면 어쩌나 걱정할 정도니 돔구장에 대한 기대가 얼마나 클는지 짐작이 갈만하다.
LG스포츠단이 뚝섬지구의 경마장터에 돔형 실내구장을 건설키 위해 구체적 사업계획을 수립중이라 한다.총사업비 4천억원에 개폐식으로 건립할 계획이라니 2천7백억원이 투입된 캐나다의 스카이돔이나 88년 공기주입식으로 건립된 도쿄(락京) 돔보다 현대적인 구장이 될듯하다.
미국.일본에선 노천 천연잔디구장에의 향수를 느끼는 팬들도 많다지만 우리나라는 역시 돔구장을 기다리는 팬들이 압도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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