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바겐세일 현혹판촉 여전-주말현장 문제점 점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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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노 마진.로 마진.가격파괴.가격해방.마진 제로.. 호기심 끄는 갖가지 신조어들을 내걸고 서울시내 주요백화점들이 14일부터일제히 봄전기바겐세일에 들어갔다.
매년 네차례씩 되풀이되는 행사지만 이번의 경우 백화점들이 어느때보다 치밀한 준비로 손님끌기에 나섰고 그 치밀함에 비례해 행정당국과 소비자단체들은 교통혼잡.소비자 현혹 문제등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바겐세일이 비정상적 유통구조를 부채질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으나 백화점 매출가운데 바겐세일 실적이 전체의 3분의1가량에 이르니 백화점들로서는 전력투구할수 밖에 없다.
토요일인 15일의 각 백화점 풍경은 과거에 비해 세련된 면모도 나타났지만 양식있는 시민의 우려를 불식시키지는 못했다. 백화점 바겐세일을 분산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줄기차게 제기되고있으나 현행 공정거래법상 바겐세일의 기간.할인율등의 규정만 있을뿐 동시실시를 규제하는 조항은 없다.
◇노마진 판매=백화점별로 이름은 다르지만 한결같이 파격적인 할인행사를 마련했다.지난 겨울 세일때 롯데의 노마진판매가 문제됐던 만큼 공정거래위원회가 세일전에 백화점마다 공문을 보내 할인율.제조일자를 정확하게 표시할 것을 지시했으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영등포지역 롯데.신세계.경방필등은 고객들에게 나눠주는 광고전단에는 대표적인 품목을 게재하면서 신상품과 재고상품을 구분했지만 매장에서는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표시하지 않았다.
압구정동 현대백화점에선 톱디자이너 초대전의 일부 블라우스 제품들이 가격표시딱지가 3~4겹으로 붙어있어 최소한 1~2년이상된 떨이제품이 아니냐는 소비자들의 의구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통상산업부가 품질경영촉진법상 의류.화학생활용품등에 대한 제조일자 표시의무 조항을 삭제한뒤 소비자보호단체들이 여러차례 부활을 주장하고 있다.
강북 도심지역의 롯데.신세계.미도파등 백화점 본점들은 할인율과 이월상품 여부를 식별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썼다.대부분 매장이 20~40% 세일을 실시하면서 「일부품목 제외」라는 단서를붙여 최신상품은 세일대상에서 제외하는 편법을 쓰 고는 했으나 할인율을 매장입구와 제품진열대마다 내걸고 있다.
다만 롯데백화점 본점은 의류 노마진 코너를 여전히 일부품목의재고처리매장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다른 품목매장이 「93년 여름상품」「94년 봄.여름 이월상품」등의 안내를 작은글씨로나마 내건 반면 의류 노마진코너 제품들은 제조일자 표시가아예 없었다 ◇소비자 현혹=강남지역 백화점들도 파격적인 초염가판매를 실시하면서 「한정판매」라는 단서를 붙여놓고 있어 소비자들과 잦은 승강이가 벌어졌다.그랜드의 경우 LG의 비디오와 세탁기를 노마진세일 하면서 하루 3개로 한정판매해 헛걸음한 소 비자들이 항의했다.
주부 고진환(高眞煥.35.서울강남구대치동)씨는 『가전품등 실속 있는 품목은 대부분 제품이 떨어졌다고 말하고 비싼 의류등 수입품은 다양한 제품을 구비해 놓고 있어 이들 품목의 구입을 유도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본점은 출입구에 케리브룩 구두의 50%세일매장을 설치했으나 안으로 들어가면 할인을 실시하지 않거나 할인율이 10~20%에 그치는 구두매장이 대부분.
◇백화점 자율규약 위반=이번 바겐세일에 앞서 서울지역 백화점들이 모임을 갖고 과열경쟁을 지양하기 위해 경품행사와 6개월무이자 할부판매를 금지키로 결의했으나 갤러리아와 나산이 6개월무이자 할부판매와 쏘나타.아반떼등 승용차를 내세운 경품행사를 실시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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