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중소기업 자금사정 양극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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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시중자금흐름의 대기업 편중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중소기업들의 자금난이 심각한 지경으로 치닫고 있다.
은행등 제도금융권은 최근들어 중소기업 대출때 부동산담보를 인정하지 않고 신용보증기금이나 건설공제조합의 보증서등 2중 담보를 요구하고 있다.
중견기업들의 부도가 잇따르자 사채업자들도 이자보다 안정성을 중시,중소기업 대출을 외면하고 있다.
경기도미금시에서 중소봉제업체를 운영하는 C사장은 지난주 거래은행에 부동산 담보대출을 신청했다가 거절당했다.
은행 관계자는 『중소기업 부도는 물론 상장업체들의 부도가 잇따르고 부동산거래침체가 계속되고 있어 경매해도 팔리지 않는 부동산은 담보가치가 없다』며 거부한 것.
이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적격할인어음등 극히 일부만 제외하고는중소기업대출은 사실상 동결됐다고 말했다.
은행측은 대안으로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서를 요구했지만 이미 보증한도를 소진한 C사장은 급전(急錢)마련을 위해 명동 사채시장을 찾았다.
그동안 시중자금사정이 좋지 않을 때도 월 3%의 이자율이면 사채시장에서 어렵지 않게 돈을 구할 수 있었지만 C사장이 3.
5%를 제시해도 사채업소들은 눈을 돌렸다.
C사장은 『부동산을 갖고도 은행대출을 받지 못한 것은 사업시작후 처음』이라며 최근의 중소기업 자금난을 토로했다.
비슷한 시기 대형 전자업체인 S社 자금부.
C은행을 비롯한 시중은행 지점장 4~5명이 자금부장을 만나기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회사가 시설투자에 필요한 3백억원의 자금마련을 위해 대출조건등을 서면으로 제출해달라고 거래은행들에 팩스를 보냈던 것이다. 결국 S社는 은행들의 경합끝에 3년만기 자금을 실세금리인연14.5%보다 0.5%포인트 낮게 조달할 수 있었다.
비슷한 시기에 벌어진 두 회사의 상황은 최근들어 시중 자금사정의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을 반영하고 있다.
지난 3월 시중어음부도율이 13년만에 최고를 기록한 것이 자금편중을 잘 말해준다.
보람은행 영업부의 유광근(兪光根)차장은 『10대그룹 계열사의경우 최근 은행.상호금고.단자사들을 경합붙여 가장 좋은 조건으로 돈을 끌어다 쓰고 있다』고 말했다.일부 대기업들은 값싼 은행돈을 빌려다 단자사등에 재투자하는 돈놀이에 열 을 올리고 있다는 것.
전문건설업체인 K사 대표는 『이런 현상은 금융및 부동산 실명제의 여파가 뒤늦게 불거지는 것』이라며 『정부의 중기자금대책이구두선(口頭禪)에 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林峯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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