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도시의 반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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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하늘로 솔솔 피어오르는 담배연기는 멋있다.땅으로 나지막하게 깔리는 자동차 연기는 부드럽다.그러나 도시는 이 두가지 연기의유혹에 저항하기 시작했다.멋과 편리에 도취한 과거에서 깨어나 도시를 점령한 두 마녀(魔女)에게 반격을 가하기 시작했다.뉴욕시는 며칠전 웬만큼 큰 식당은 모두 금연지역으로 지정했다.식당에서 담배를 피우면 2백달러에서부터 시작되는 무거운 벌금을 물어야 한다.식후 일미(一味)를 즐기려는 애연가들의 가슴은 무너져 내리겠지만 도시 사령관은 아마 더 가열찬 공격을 구상중일 것이다. 아테네는 도심부로의 차량 진입을 전면 금지했다.그리스문명의 유적을 매연(煤煙)공해로부터 지키기 위한 선전포고를 한것이다.앙드레 말로 프랑스 문화부장관이 파리 건물의 때를 벗기기로 결단 내렸을 때 파리 시가지 전체가 원석(原石) 의 광채로 재탄생한 것을 세계인은 지켜보았다.이대로 가면 아크로폴리스광장도 먼지와 매연이 범벅된 누더기를 뒤집어 쓸 날이 멀지않을것이다. 세계 10대 도시에 드는 서울의 투쟁심도 만만치 않다.승용차에 온갖 불이익을 주는 작전이 야금야금 추진되고 있다.
주차료를 올린다,도심 진입 혼잡료를 징수한다,법규 위반자의 보험료를 올린다 등이 최근의 전술이다.서울의 아황산가스나 먼지 오염도가 근래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치에 들어서 그런지 환경보다는 교통체증 해소가 우선 목표이긴 하다.
끽연(喫煙)에 대한 공격도 아주 끈질기다.금연 빌딩이 늘어나고,10대 흡연자에 대한 단연(斷煙)시술도 활발하다.여드름 투성이의 얼뜨기 흡연자들이 귀에 단연침을 맞고 히죽거리는 모습은우습기도 하고 가상하기도 하다.
도시는 왜 이 두가지 연기와 치열한 싸움을 벌이나.해묵은 흡연 폐해론과 대기오염 위험론을 재론할 필요는 없다.두 마녀의 죄악상은 이미 과학적으로도 증명됐고,이제 단죄만 남은 상태다.
그러나 이 마녀에게 미혹된 사람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전투가 치열해 지는 것이다.마녀의 포로들을 구원해줄 과학적 기술 진보는 아직 아득한 상태니 그때까지라도 이 전쟁에서 이겨야되는 것이 도시의 사명이 아닐까.
그런 점에서 금연에 도움될 두가지 귀띔.젖은 성냥을 갖고다닐것.흡연을 반대하는 여인과 결혼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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